[책vs책] 서울의 역사, 경성의 낮과 밤
[책vs책] 서울의 역사, 경성의 낮과 밤
  • 북데일리
  • 승인 2008.03.17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정치의 계절이다. 대통령선거에 이어 국회의원 선거로 신문과 방송이 연일 시끌벅적 하다. 이번 총선 역시 40%가 넘는 수도권 의석 확보에 여야가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일 기세다.

대중의 관심은 이렇듯 늘 ‘현재’에 머문다. 그러나 본질은 과거에 숨어 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구 천만이 살고 있는 서울의 역사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서울의 살아 있는 역사를 살펴보는 두 책을 소개한다.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깊이 있게 서울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 이면에는 생각지 못한 역사적 의미가 숨어 있다.

먼저 살펴볼 책은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이 책은 서울을 일상?문화?의미?장소라는 네 가지 코드로 구분해,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해와 오류를 바로 잡고 있다.

광화문 앞 세종로에는 왜 이순신 동상이 서 있을까?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이순신 장군이라니. 저자는 세종로가 늘 권력의 입맛에 맞게 개조되어 온 장소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승만이 대통령이던 시절 스스로 세웠던 동상은 4?19 혁명 때 시민들에 의해 철거됐다. 원주인 격인 세종대왕의 동상이 들어섰으나 5?16쿠데타로 집권한 무관 출신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이순신 장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이렇게 독특한 기행문집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현직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는 대학 시절부터 무작정 거리를 걸어 다니곤 했다. 그때마다 재발견한 서울의 건물 26곳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사라진 청계고가, 해방촌,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세운상가는 물론, 종로 단성사와 서대문 형무소, 그리고 날림공사의 원조 와우아파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수도답게 서울의 변화 속도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의 기적을 대변했던 청계고가는 헐렸고, 2열종대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삼일아파트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한국 최초의 증권거래소와 동대문운동장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우리가 밥벌이의 고단함에 치여 허우적대는 사이 축적된 삶의 편린들은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저자는 ‘서울 산책’을 시작하면서 너무 빨리 변해가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밝히면서 아픈 역사는 교훈으로 삼고, 자랑스러운 역사는 대대손손 잘 물려주고, 보존할 것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 책은 <서울의 밤문화>(생각의나무. 2006). 20세기 초 경성의 밤문화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밤과, 그 속의 문화에 대한 이같은 의문으로 출발한다.

그로부터 꼭 한 세기가 흘러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한 서울, 그 시공의 밤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서울의 밤문화를 쫓는다.

저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10년 터울 선후배인 김명환과 김중식, 두 현직 기자로 근대와 현대 부분을 미시사적인 쉬운 접근과 재치 있는 해석으로 각각 집필했다.

책은 ‘밤문화’를 주제로 근대와 현대의 서울의 밤문화를 논한다. 근대의 밤이 술과 여자, 노래와 춤으로 제한된 낮으로부터의 일탈, 즉 향락에 초점을 맞춰졌다면 현대의 밤은 문화 복지, 문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

100여 년 전 관기의 사진부터 모던 바람이 분 경성의 야외 카페, 야간통금 단속에 걸린 웃지 못 할 모습이 담긴 질박한 흑백 사진, 당대의 밤풍경을 공감할 수 있는 현장성이 묻어난 현장사진들을 통해 서울의 밤문화를 재조명 한다.

서울의 속도에 지친 사람들은 밤이 되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자 술집, 노래방, 찜질방으로 향한다. 대부분은 이것을 서울의 대표적인 밤풍경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흥과 소비에 국한된 반쪽짜리 밤이다.

어느 순간 서울의 밤은 문화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도시생활 전반이 변화된 까닭이다. 이제 사람들은 유흥과 소비로 한정된 자극적이고 일탈적인 밤 문화에 에너지를 소진하기보다 여유로운 휴식의 밤문화를 선호하기 시작한다.

서울은 사람들을 맞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청계천의 밤 산책로와, 선유도 공원, 노들섬, 서울광장 등 보는 것 자체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면 볼 수 있는 한강을 잇는 다리의 멋진 야경은 물론 남산타워의 야경 또한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서울은 스스로, 고유의 밤을 만들어가고 있다. 술잔에 빠져 있던 개인의 꿈과 욕망이 교양과 문화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두 책을 통해 거대도시 서울의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