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 당신 위한 `파리의 고서점`
작가지망 당신 위한 `파리의 고서점`
  • 제갈지현
  • 승인 2008.03.1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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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의 멤버가 되고 싶은가요? 일요일마다 고서점에서 열리는 홍차파티에 초대받고 싶은가요? 아침까지 문을 여는 ‘딱 우리끼리만’ 같은 분위기의 술집에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오늘 글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해보세요. 그리고 ‘세익스피어&컴퍼니’를 방문 하세요.주인장인 조지가 당신의 글을 보고, 미소를 건넬 거예요. 당신은 언제나 편안한 기분으로 그곳에 머물 수 있을 겁니다.

‘세익스피어 & 컴퍼니’는 백 년 전 먼지가 가득 쌓인 센 강변의 낡고 오래된 서점이다. 1919년 12월 추운 겨울,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실비아 비치에 의해서 처음 문을 열었다.

그 곳은 곧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율리시스> 초판본을 출간한 곳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나치에 의해 서점 문을 닫게 되었지만, 1951년 다시 문을 열게 된다. 미국인이며, 몽상가이며, 방랑가이며, 공산주의자였던 시인 조지 휘트먼에 의해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시공사.2008)은 ‘세익스피어&컴퍼니’에서 생활하는 회원들을 둘러싼 일상을 기록한 책h이다. 화자인 제레미 머서의 자전적 에세이인 것. 서점 주인 조지가 작가들을 서점에서 재워주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책을 읽으러 온 사람, 머물곳이 없어서 온 사람, 도망자들이 모여 결국 서점에서 거주하며 책을 쓰고, 책을 읽고 토론하게 되었다. 일요일마다 홍차파티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캐나다에서 살인범의 공포로 부터 도망쳐 온 사회부기자이며 책 속 화자인 제레미, 남미의 카우보이,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중국인 아블리미트 등 많은 회원들은 서점 안을 채우고 있는 책만큼이나 다채로운 사연들을 펼쳐 보인다.

‘책’이라는 소재는 이 책에서 삶을 의미하는 메타포 역할을 한다. 소설 속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우리의 삶이 서점안의 회원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일련의 과정들에 그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집어넣어 소설의 짜임을 견고히 한다.

영화처럼 유쾌하고 소설처럼 짜릿한 감동이 ‘세익스피어 & 컴퍼니’에는 언제나 존재한다. 공산주의자, 삼류시인, 범죄자에게 쫓기는 기자 등 많은 이들이 한 데 뭉친다.

“내가 항상 이곳에 대해 꿈꾸는 게 있어. 저 건너 노트르담을 보면, 이 서점이 저 교회의 별관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 저곳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별관.”

그들의 말처럼, 모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파리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지금 ‘세익스피어 & 컴퍼니’로 떠나보자.

[제갈지현 책전문기자 gal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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