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의연애잔혹사]⑥ 바람 권하는 사회, 불륜의 진실
[고윤희의연애잔혹사]⑥ 바람 권하는 사회, 불륜의 진실
  • 북데일리
  • 승인 2008.03.07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현재 우리는 한 사람이 한 사람하고만 평생 사랑하고 섹스하도록 만들어진 1부1처제 속에 살고 있다. 과학이나 생물학 따위의 근거 없이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어찌 보면 이는 인간의 한계를 체험하는 극기 훈련처럼도 보인다. 그 한계를 아는 사람들은 소위 바람이란 걸 피고, 그 한계를 못 버텨낸 사람들은 이혼을 하고, 그 한계를 이겨낸 사람들은 몇 십 년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그야말로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어 묘지까지 짝꿍으로 쓰게 된다.

‘감상적인 판단 아니냐?’고 따지시는 분들을 위해 생물학적 구조로 따져보자. 인간은 타고나기를 여러 사람과 섹스를 하도록 디자인된 동물이다. 특히나 여자처럼 따로 발정기가 없이 아무 때나 발정을 하고 섹스를 할 수 있는 종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아무 때나 발정할 수 있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여자들에 대한 남자의 질투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남자들은 내 아이가 다른 남자의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여자를 구속하기 위해 1부1처제를 만들어냈다는 설이 있다.

대체 인간은 어디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인간을 정리해주고 관리해줄 뿐인 제도는 어차피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또 다른 의미의 행복을 주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제도를 정해 놓고 그 제도를 깨는 데서 재미를 찾는 게 또 인간 아니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도 불륜 이야기이고,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도 불륜 이야기다. 그 이유는 제도를 지키고 싶어 하는 도덕심과 제도를 벗어나고 싶은 일탈의 심리가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은 아닐 런지.

인터넷을 서핑하다 불륜에 관한 글이 올라 있으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수백 개의 리플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피해자, 불륜녀는 창녀, 남편은 나쁜 놈. 지겹도록 본 불륜 드라마의 공식과 똑같은 반응들이다.

나는 불륜을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찬성하지도 않지만 결혼이 단순하지 않은 만큼, 불륜도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연 없는 인간 없지 않나. 불륜이 죄악이 되는 건 뭘 도통 모르고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이다.

불륜도 연애의 하나가 아닌가, 그런데 그 연애를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음마저 더럽게 만드는 거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혼에는 꼼짝을 못하면서, 계약서 없는 불륜을 악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자.

그래서 생각 없는 불륜이 저주받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연애의 낭만이나 로맨스까지 말살시키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저질이다.

낭만이나 로맨스 없는 연애는 없다. 쓸쓸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사랑도, 낭만도 발 딛고 설 자리가 없다. 오래 전부터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무척 어려워졌다.

서로를 아껴주는 부부의 무한한 사랑의 모습을 무슨 희귀 동물을 다루듯 하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시대다. 사랑을 변질시키고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많은 것들 중 이 사회에 유행처럼 번진 불륜도 한 몫 한다.

불륜을 할 줄도 모르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무조건 저지르고 뒤도 안 닦는 파렴치범들 때문에 이 시대의 연애 자체가 모욕을 받고 있다. 불륜에도 도가 있고, 에티켓이 있고, 룰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숨은 이야기 하나, 불륜을 잘 하는 방법. 불륜은 어지간하면 안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나는 해야겠다.’고 결심했으면 ‘잘’해라!

첫째, 불륜 하는 사람들이여~! 불륜도 사랑이라는 걸 인정해라!

사랑, 별 거 없다. 마음 맞고 몸 맞으면 사랑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불륜을 하는 사람도, 그걸 보는 사람도 사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만나면 안 되는 데도 자꾸 만나게 되고, 자면 안 되는 데도 자게 된다면 그건 틀림없는 사랑이다.

둘째, 불륜을 저질렀다면 책임감을 가져라!

모든 사랑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대부분 결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면서 한 시절의 사랑이나 불륜에 대해서는 별 책임감이 없는 게 우리나라 남자들이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거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육체에 대해 책임지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책임을 가지라는 거다. 이 책임감을 인식하는 순간, 쉽게 불륜에 뛰어들 수 없게 된다. 어떠한 로맨스도 현실에 대한 책임감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결혼을 했건 안했건 누구나 사랑은 할 수 있다. 사랑은 자기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풍덩 빠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사랑을 시작할 때는 안전장치의 핀을 뽑고 시작해야 정당하다.

결혼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불륜이 늘 말썽을 낳는 이유는 스스로를 안전장치로 철저히 무장시키고서 로맨스의 달콤함만을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정만은 지키고’가 아니라 ‘가정이 깨질지라도’의 태도로 임하는 것이 정당한 자세다.

그런데 사회 전반에 ‘가정만은 지키는’이라는 이기적인 자세가 도덕적인 자세라고 착각한다. 불륜이 더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들의 섹스가 더러워서가 아니라 그들의 관계가 불공정한 데서 나온 논리다.

( 사진 - 영화 ‘바람난 가족’ 스틸 컷 )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