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란의 한류3.0 시대] 글로벌 관광 콘텐츠 ‘꽃놀이’
[장혜란의 한류3.0 시대] 글로벌 관광 콘텐츠 ‘꽃놀이’
  • 장혜란 문화관광전문가
  • 승인 2016.05.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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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봄을 알리는 꽃들이 전쟁을 치르듯 물러가고 있다. 원래 봄꽃들은 제 각각 개화시기가 있어서 순서대로 꽃이 피는 것이 정석이지만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요즘 기후마저도 길을 잃고 꽃들이 한꺼번에 개화를 했다.

한겨울 눈 속에서 붉게 피는 동백꽃을 시작으로 노오란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이어 꽃을 피우고 매화와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이어 핀다. 더워지기 시작하고 앞서 핀 꽃들이 잎을 내기 시작하면 라일락과 등나무 꽃의 향기가 진동을 하며 꽃을 피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봄꽃은 사람이 느끼기에 추운 겨울부터 시작하여 잎도 없이 나 홀로 붉은 빛부터 다홍, 분홍, 노랑, 보라 등 가지각색을 자랑하며 앞다퉈 핀다.

일본의 벚꽃에 맞춰진 꽃놀이에 비하면 오랜 전통도 규모도 작지만, 우리나라 꽃들의 화려함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검은 나무줄기에 연분홍 꽃이 피는 벚꽃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가끔 너무 괴기스럽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할 때도 있다고 느낀다. 거기에 비하면 떼로 피어 위협하지 않고 산에 들에 널부러지고, 가꾸는 사람 없어도 때가되면 알아서 피는 진달래나 개나리 같은 꽃들이 정서적으로 더 푸근한 봄, 생기 돋는 봄을 느낀다고 할까...

허나 이마저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다. 5월에나 나와야할 조팝나무나 라일락, 등나무 꽃과 같은 꽃들이 이른 봄꽃과 함께 피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4월 한 달 동안 봄을 제대로 알리고 있다. 올림픽대로를 따라 운전을 하다보면 위에 언급되어진 모든 꽃들을 다 볼 수 있어 눈이 호강한다. 요즘에는 철쭉과 함께 뒤늦게 심어 자태를 자랑하는 튤립까지 제대로 된 꽃구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경기관광공사에서 꽃구경을 주제로 한 해외관광 모집을 통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접하고, 우리나라의 봄꽃이야 말로 새로운 관광주제로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내내 더운 기후로 화려하고 큰 꽃이 있는 동남아 관광객에는 살짝 서늘한 날씨에 잎이 없는 작은 꽃이 봄을 알리는 형형색색의 판타지를 느끼게 하는 요소임이 분명할 것이다.

더운 기후의 꽃들에 비하면 꽃의 크기와 그 색감이 매우 다르며 가장 큰 시각적 차이는 잎이 없는 꽃일 것이다. 한겨울 벌거벗은 나무들이 가득한데 그 사이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야 말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되는 큰 자연 관광자원임이 분명하다. 또한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과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이야 말로 체험의 관광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관광자원 밖에 제공되지 못하는 지금의 관광에서 벗어나, 좀 더 성숙하고 도심의 쇼핑에 치우친 관광과는 달리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지자체 곳곳의 관광으로의 확산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오동도의 동백, 제주도의 유채꽃, 구례의 산수유, 진해의 벚꽃 등 벌써 이름 난 잔치 말고도 작고 수수하게 피는 봄꽃들의 잔치는 매우 많다. 이름 모를 꽃을 나만 즐기는 그 즐거움 또한 자연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매우 큰 것임을 알기에 적극 봄꽃 나들이를 세계 관광자들에게 알리고 싶다.

오래된 목련나무가 있는 집 앞 가로등은 나만이 찾는 봄밤 나들이 장소이다. 골목 가로등 밑에 잎도 없이 빽빽하게 봉우리를 달고 있는 목련은 잃어버린 시적 감성과 오랜 기억들을 생각 나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봄밤의 정취를 그 목련 나무 없이는 완성시킬 수 없다. 이처럼 봄꽃은 다른 계절에 피는 모든 꽃들에 비하면 많은 의미를 갖는다.

요즘 나는 목련이 사라진 그 자리를 보며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광양시청·서귀포시청·구례군청

[칼럼니스트 장혜란 : (주)디나미스 CEO / 안양대학교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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