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판대부가 공개한 작가들 뒷담화
프랑스 출판대부가 공개한 작가들 뒷담화
  • 북데일리
  • 승인 2005.10.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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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 마르셸 푸르스트, 조르쥬 심농, 장 폴 사르트르...

이름만 들어도 마음의 지식창고가 풍만해지는 프랑스의 유명작가들과 출판자 사이의 흥미로운 비화가 담긴 <가스통 갈리마르 : 프랑스 문학의 반세기> (열린책들. 2005)는 출판과 문학의 지적 향연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반길 성찬이다.

앙드레 지드의 비열함과 마르셸 푸르스트의 관용, 조르쥬 심농의 독선을 담은 리얼 스토리는 프랑스 출판계의 신화로 남은 가스통 갈리마르(Gaston Gallimard, 1881~1975)의 전기에 담겨있다.

문학과 책을 좋아하던 평범한 청년이 ‘프랑스 문학계의 대부’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책에는 유명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그 중 앙드레 지드의 ‘이자벨’ 출간 사건은 작가의 숨겨진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일화다. 출판경력이 많지 않았던 갈리마르는 지드의 ‘이자벨’을 내며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초판본이 나온 날 바로 지드를 불렀다. 약간의 편집증이 있던 지드는 책들의 무게를 가늠해 보고 페이지를 천천히 넘겨보았다.

꼼꼼하게 책을 살펴보던 지드는 어떤 면은 27행이고, 어떤 면은 26행이라는 사실과 오자를 발견했다. 갈리마르는 식자공들이 벨기에 사람들이어서 프랑스어를 완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지드의 분을 삭일 수는 없었다. 지드는 출판사 NRF 창고로 갈리마르를 데려가 함께 ‘이자벨’ 전권을 찢어버리자고 협박(?)했다. 결국 갈리마르는 지드의 요구에 따랐으나 약삭빠른 지드는 훗날 희귀 초판본으로 만들어 고가로 다시 팔기 위해 여섯권을 빼두었다.

이밖에도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던 사르트르의 작품을 갈리마르가 ‘책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목이다’ 라는 이유로 ‘구토’라는 제목으로 바꾼 일화도 눈에 띈다.

작가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친필로 쓴 편지를 일일이 보내며 작가 ‘발굴’에 힘썼던 가스통 갈리마르는 타인 앞에서 모욕을 주는 행동을 가장 싫어했지만, 한번 내린 결정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갔던 집념의 출판인이었다.

책을 집필한 저자 피에르 아슐린(Pierre Assouline)은 문학잡지 ‘리르’의 주필로 활동했으며, 문학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 조르쥬 심농, 만화가 에르제, 미술 평론가 칸바일러 등의 많은 전기를 집필 했고 소설 ‘뤼테티아 Lutetia’로 공쿠르 데 리세앙 상을 수상했다.

(사진 = (좌상) 앙드레 지드, (좌하) 조르주 심농, (우하) 알베르 카뮈 출처 http://andregide.org, www.0faute.com)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e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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