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노사 교섭 ‘벚꽃 엔딩’ 희망은 있다
[기자수첩] 금융노사 교섭 ‘벚꽃 엔딩’ 희망은 있다
  • 최진영 기자
  • 승인 2016.04.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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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 경영진이 지난 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제안한 올해 첫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최진영 기자] 만화 드래곤볼에서는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면 소원을 들어준다. 주인공인 천하제일 손오공이라도 모두 모으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올해들어 금융권에선 드래곤볼보다 모으기 어려운 일곱이 나타났다. 7개 금융공기업이다. 누군가가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소원을 빌었더니 7개 금융공기업이 만화속 한 장면처럼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4월 7일 모처럼 역전된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산업노조가 먼저 임금단체협상을 요청했는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불참했다. 교섭은 무산됐고 노조는 빈 의자만 마주하다 발길을 돌렸다.

협의회는 "대표단을 선정하는 형식의 교섭만이 가능하다. 전체 회원사가 참석하는 교섭은 불가능하다"며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34개 기업이 모두 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교섭비용 감축이라는 교섭단체 구성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사실 이번 1차 교섭 무산은 예고된 파국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달 30일 7개 금융공기업이 일제히 협의회를 탈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다, 협의회가 대화 대신에 성명발표에만 열을 올릴뿐 의견조율은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 상황을 주도했다며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말로 주문하던 단계를 지나 직접적 개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공동교섭에 응하지 않도록 개입하지 않고서야 금융공기업 경영진이 2010년부터 햇수로 7년을 유지해 온 노사 간 공동 대화창구의 근간을 하루 아침에 허무는 결정을 했을 리 없다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공기업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협의회 탈퇴는 단체협의가 안 돼 개별 협상에 나서려는 금융공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도 대변했다.

임 위원장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타난 외양만 봐도 의심을 살만한 상황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7개 금융공기업은 2010년 이후 34개 금융기관과 함께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대열에 함께 했지만 하필 올해 갑자기 같은 시기에 협의회를 떠났다. 노사 중앙 차원의 공동교섭 창구 폐쇄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발적이건 외압에 따른 것이건 각 사 노조와 개별교섭을 추진하고 나선 금융공기업 경영진들이 쉽게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는 설사 협의회에서 떠났다 하더라도 7개 금융공기업 조조들이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산하인 만큼 노조의 요구가 있다면 금융공기업도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말 정부당국 개입이 없이 금융공기업 경영진들이 순수한 뜻에서 성과연봉제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더 형식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사용자협의회 쪽 해명처럼 모두가 나서는 교섭이 비효율적이라면 공기업 쪽에서도 대표단을 파견해 나서면된다. 애초에 비효율이 문제였다면 개별교섭을 핑계로 뛰쳐나간 공기업을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왜 중앙교섭에 나서기 위해 건너야 하는 다리부터 끊고서 민간 금융사와 따로 그것도 금융공기업별로 노사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결국 처음부터 대화와 설득, 기승전결 수순도 없이 '어쩔 수 없으니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따르고 받아들이라'는 결론만 세워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지는 형국이다.

정작 금융업권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옳다 그르다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4월 4일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결과는 모르지만 노사관계는 늘 중간타협이라는 게 있다. 지금상태로 가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절정은 지났지만 주위를 잘 둘러보면 아직 벚꽃놀이 가기에 늦지 않았다. 노사 간 대화와 자율적 대안마련을 위한 대화시기도 아직 유효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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