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흥부전’에는 왜 '제비'가 등장할까... 저자는 동물학자? '박씨 물어주는 건 제비만 가능'
[책속의 지식] ‘흥부전’에는 왜 '제비'가 등장할까... 저자는 동물학자? '박씨 물어주는 건 제비만 가능'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4.04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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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생명 이야기> 장이권 지음 | 뜨인돌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고전 소설 ‘흥부전’의 저자가 뛰어난 동물행동학자일 거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 흥부전에 등장하는 ‘제비’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제비는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고 은혜를 갚는다. 그런데 왜 하필 제비일까.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나 까치일 수는 없었을까.

<우리 땅 생명 이야기>(뜨인돌.2015)의 저자는 제비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제비는 참새나 까치와 다르게 곤충만 잡아먹는 육식성 조류다. 만약 참새나 까치가 주인공이었으면 박씨를 떨어뜨리지 않고 먹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제비가 아니고서야 박씨를 떨어뜨린다는 설정이 성립되기 힘든 이유다.

이 정도의 이유라면 우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저자는 더 면밀한 이유를 들려준다. 제비와 인류는 서식지 선호도가 같다. 먹이를 찾기 쉬운 탁 트인 풀밭, 둥지를 지울 수 있는 구조물이나 절벽, 그리고 둥지를 짓는 데 필요한 진흙이 있는 곳이다.

또한, 책에 따르면 제비는 폐가에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인간이 막강한 상위포식자라 생각할 때 제비의 포식자 매, 황조롱이부터 네발짐승 족제비, 너구리, 다람쥐도 인가에 접근이 어렵다. 흥부전에서도 흥부가 제비 둥지를 공격하는 구렁이를 내쫓지 않던가. 제비 새끼가 둥지에서 떨어졌을 때 흥부가 쉽게 발견해 치료해줄 수 있었던 것도 제비만의 특성 때문이라는 견해다.

제비의 생존전략이 탁월하다. 게다가 제비는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파리목, 메뚜기목, 딱정벌레목, 나비목의 곤충이 주요 먹이다. 한마디로 해충을 조절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인간과 서로 상리공생으로 생활했을 것이다.

저자는 제비의 특성에 미루어 흥부전의 저자를 뛰어난 동물행동학자라고 말한다. 오랜 기간 제비를 한집에서 관찰해 뛰어난 상상력과 문학적 소질을 보태 고전 소설 흥부전을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작자와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 어쩌면 뛰어난 동물행동학자의 관찰로부터 비롯됐을 거라는 의견이 흥미롭다. 소설 속 당연한 캐릭터에 의문을 가진 저자의 눈매도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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