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빨갛게 피어오르는 연기, 금연 광고?...<13.67> 작가 찬호께이의 새로운 반전미학
[북포토] 빨갛게 피어오르는 연기, 금연 광고?...<13.67> 작가 찬호께이의 새로운 반전미학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30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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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 강초아 옮김 | 한스미디어

[화이트페이퍼=윤혜란 시민기자] 표지 그림만 보면 마치 금연 공익광고 포스터 같다. 머리는 불에 다 타버린 듯 빨간 연기만 피어오른다. 담배 연기는 보통 희뿌연 색깔을 띤다. 하지만 빨간색의 연기라니... 뭔가 섬뜩한 느낌이다. 머리를 제외하면 와이셔츠에 넥타이도 메고, 양복에 바바리코트까지 말쑥하게 차려입었다. 형사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듯하다. 형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억나지 않음, 형사>(한스미디어, 2016)는 어느 날 갑자기 지난 6년간의 기억을 잃은 한 형사가 6년 전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추리소설이다.

책에 따르면 주인공인 형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깨어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지만, 치정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는 기억은 뚜렷하다. 질투에 미친 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 상대인 남자와 그의 임신한 아내를 죽였다. 단순한 사건이다. 하지만 형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지난 6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진 것이다. 형사는 경찰서에 출근하고 나서야 지금이 2003년이 아닌 2009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는 6년 전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진범을 찾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반전이 시작된다. 주인공이 알아낸 모든 내용이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러나 주인공의 추리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연속되는 반전으로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표지 속 작은 글씨로 박힌 영문 제목도 주목할 일이다. ‘The man who sold the world’(세상을 팔아버린 사나이). 이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책의 주요 모멘텀이다. 반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책은 추리소설인데, 심리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왜 기억을 잃었는지, 왜 과거를 회피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거듭된 반전과 함께 사건이 풀려가는 과정은 짜릿함을 제공한다. 책은 <13.67>로 돌풍을 일으킨 작가 찬호께이의 신작이기도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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