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함께 떠나는 그림책 여행
마녀와 함께 떠나는 그림책 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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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저자 김영욱

[북데일리] 동화 속 여행을 준비해 보자. 이왕이면 마녀가 운전하는 근사한 빗자루를 타고서 말이다. 너무 허무맹랑한 걸까? 그렇지 않다. 가까운 곳에 그림책을 요리하는 마녀가 살고 있다.

온라인 닉네임 ‘위치 쿡’(Witch Cook). 그녀는 남들이 그린 그림책을 요리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동화들이 마녀의 손길로 새롭게 해석된다. 이 재미난 요리사의 진짜 이름은 김영욱.

위치쿡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필명이다. 그녀는 현재 여러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홈페이지에 그림책과 작가에 대한 칼럼을 연재 하고 있다. 또한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방문자를 기록하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sylplus)와 싸이월드의 페이퍼(http://paper.cyworld.com/readers)도 운영 중이다.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는 <어린이와 문학>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이렇듯 바쁜 그녀가 책까지 냈다. 제목은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교보문고. 2007). 일종의 독서에세이다. 음악, 영화,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책과 엮어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칼바람이 코를 에는 1월의 어느 날. 동화 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심의 한복판, 광화문에서 그녀를 만났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 그 중에서도 ‘독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책값으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쓰는 거 같아요. 1.5평 남짓 되는 창고가 책으로 가득 찼죠. 이제 더 둘 곳이 없어 고민이에요."

인문서와 영인본에 심취해있다는 그녀. 이번에 발표한 책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역시 독서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다. 또한 달콤한 향이 배어나는 열일곱 편의 에세이는 편안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간간히 펼쳐진 아름다운 그림과 책장에 흐르는 선율은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책을 통해 선보인 방대한 음악 상식. 그것은 저자 김영욱을 돌아보게 하는 또 다른 요소. 선호하는 음악 장르를 물어보자 이렇게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요? 너무 어려워요. 아침저녁으로 끌리는 곡이 달라지는 걸요. 물론 계절마다도 변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는 칼라스의 노래가 떠오르네요. 저는 그림책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선율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는 더욱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싶고요. 동화에 따라붙는 간단한 챈트곡은 직접 작곡하기도 한답니다. 그림책에서 받은 영감으로 곡을 쓰기도 했지요."

2006년 7월부터 교보문고에 연재되었던 46편의 칼럼 중 17편을 묶어 출간 된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에선 마음을 두드리는 작은 실로폰 소리가 난다. 애틋한 그리움도 묻어난다. 까마득한 판타지가 아닌 잃어버린 과거와 맞닿은 여행이기 때문이다.

17편의 글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그녀는 음악에 대한 편식이 없다. 클래식과 뉴 에이지, 가요를 넘나드는 폭 넓은 취향. 심지어는 국악과 트로트까지. 모든 곡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진짜 재미난 마녀다.

저자 김영욱은 대학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어교육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영유아와 초등학생들을 위한 외국그림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던 환경. 거기에 미국 교과서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업무 경력 등이 더해져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마녀라는 캐릭터 저랑 잘 어울리지 않나요? 직관을 가지고 내다볼 줄 아는 힘. 긍정적이면서 자신에 대한 주관을 갖는 마녀. 전 그런 마녀가 되고 싶어요."

그렇다면 직관 넘치는 마녀가 보는 국내 창작 그림책의 현 주소는 어떨까? 그는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의견을 펼쳐보였다.

"한국 작가들은 매우 재능이 뛰어나요. 최근 몇 년간 볼로냐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죠. 안타까운 건 옛 이야기 쪽으로 집중된 국내시장이에요. 소재가 빈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하지만 예전에 비해 인력이 많이 두터워 졌으니 향후 5~6년 내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책 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내내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동화 속 추억의 공간을 훌쩍 넘어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궁금해진다. 그가 쓸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이야기가. 마녀의 첫 출간을 축하하며 멋진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일러스트 - 저자 김영욱의 캐리커처 ‘위치쿡’)

[신주연 동화전문기자 snow_forest@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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