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작가는 살기 위해 독자를 죽여야 한다
[책속의 명문장] 작가는 살기 위해 독자를 죽여야 한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1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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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단어들> 최인호 지음 | 최인호 사진 | 인물과사상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작가는 살기 위해 독자를 죽여야 한다.”

도발적인 문장이다. <부유하는 단어들>(인물과사상사. 2015)의 저자가 책을 통해 그만그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금세 사라지고 마는 출판계의 현실을 개탄하며 한 말이다.

책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독자, 비평가, 작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독자들은 자신의 눈과 의식이 아닌, 언어를 아낄 줄 모르는 독설가의 눈과 비평가의 혀를 빌려 씹지도 않고 작품을 삼키며 작가들의 작품을 평한다.

비평가들도 작품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철학과 지식 향연의 도구로 작가와 작품에 ‘분석이라는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독자와 비평가들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작가는 현실에 굴복하고 독자를 유혹할 달콤한 초콜릿만 작품에 발라 놓은 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한마디로 독자와 비평가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만 생산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작가가 살기 위해서는 독자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사가 책에 독을 묻혔던 것처럼 작가들도 자신들의 작품에 독을 발라서 말이다.

그는 작가들을 향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초콜릿은 결국 ‘작가의 자살’과 다름없다며 날카로운 비수를 던진다. 참으로 인상적 통찰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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