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설레이던' 류준열, 그리고 응답하는 '멋진' 류준열
[인터뷰] 응답하라 '설레이던' 류준열, 그리고 응답하는 '멋진' 류준열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3.0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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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딱 1년 전만해도 그랬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가 밝히기 전까지는 도저히 가늠키 어려운 외모였다. 때로는 그의 모습을 조금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 영화에서 충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했던 그를 기억했다. 직업은 BJ다. 이름은 ‘양게’란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상한 단어의 조합이었다. 영화 개봉 뒤 그가 실제 활동 중인 BJ란 소문도 있었다. 너무도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만들어 낸 해프닝이다.

그리고 한 드라마에 그가 출연하게 됐단 보도가 나왔다. 방송가의 스타 등용문인 ‘응답하라’ 시리즈다. ‘듣보잡’에 가까웠던 그는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가 됐다. 딱 1년 만이다. 체감의 시간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주인공 류준열은 냉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무명 생활과 그 생활 동안 단련된 겸손한 마음가짐이 그의 냉정함을 유지하는 원동력 같았다.

드라마가 종영 된지 1년 이상은 된 듯한 시간이 흘렀다. 워낙 흥행이 보장됐던 드라마에 출연했고, 그 드라마가 막을 내린 뒤 대중들이 느끼는 허탈함이 반대급부로 길고 긴 시간의 흐름으로 이어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응답하라 1988’이 종영된 뒤 류준열은 워낙 바쁘게 지냈다. 소속사도 생겼다. 최민식 이정재 설경구 등이 소속된 국내 굴지의 매니지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인터뷰 일 주일 전 극심한 독감으로 쓰러졌다. 병원 입원 뒤 몸을 추스르고 다시 만났다. 하지만 목소리는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잠겨 있었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너무 죄송해요. 배우가 자기 몸도 챙기지 못하고. 사실 정말 강골이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아파봤어요. 지금도 거의 목소리가 안나오는 데 죽겠어요(웃음). 그래도 너무 즐거워요. 이렇게 많은 기자분들과 만나고 절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이 만났구요. 아, 진짜 저 정말 건강한대 ‘몸이 좀 약하냐’는 질문을 받아요. 진짜 자존심 상해서. 하하하. 신종 플루도 다 피해갔는데(웃음)”

인터뷰 중간중간 보온 물병에 담긴 따뜻한 물을 연신 들이켜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듣기에 따라선 허스키한 목소리도 매력적으로 들린다고 전했다. 특유의 찟어진 눈매와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커다란 입매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응팔’의 ‘정환’이가 얼핏 보였다. 좀 밝은 정환이의 모습이랄까.

“실제 저와 정환이의 모습을 비교해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어떠냐고. 사실 전 첫사랑이 뭔지 아직도 잘 몰라요. 그게 사랑이었나?(웃음)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친구가 있긴 했어요. 졸업 후 지금까지 한 번 도 못만났는데. 20세 이후 분기별로 꿈에 한 번씩 나오더라구요 하하하. 그게 첫 사랑일까. 그저 문득문득 한 번씩 기억이 나는 게 첫 사랑이라면 그 친구 같아요. 뭐 정환이를 연기하면서 그 감정을 대입시키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짝사랑을 할 용기도 없고.”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종영이 오래 전이지만 지금도 ‘응팔’ 마니아들에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물론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덕선이 남편 찾기’가 국민적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어남류’가 조금은 우세했다. 드라마 속 복선과 스토리 전개가 그랬다. 물론 결과는 ‘어남택’이었다.

“하하하. 진짜 많이들 물어보시고. 지금도 가끔씩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그런데 정말 배우들도 몰랐어요. 뭐 느낌은 마지막까지 정환이냐 택이냐를 두고 제작진에서 고민을 하다가 택이를 결정하신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그것도 제 생각이지만. 사실 제가 눈치를 챈 부분은 따로 있어요. 극중에서 제가 덕선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인데. 그때 대본을 보고 ‘내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때 비로서 ‘이젠 덕선이 떠나 보내줘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 고백 장면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딱 정환이스럽잖아요(웃음)”

사실 민감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없었을까. 스토리 전개가 ‘덕선이 남편’이 곧 정환이로 굳어지는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현장에서 박보검과의 신경전이 있었을 법도 했다. 한 쪽에선 류준열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어남택’이 결정됐단 루머도 나왔다. 이런 질문에 류준열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작진과의 불화요? 제가 인터넷을 잘 안해서 저도 나중에 건너 들었는데. 하하하. 제가 뭐라고 그 분들과 불화를. 에이. 말이 안되잖아요. 너무 좋았구요. 정말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에요.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어요. 다들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가슴 설레며 기다렸고. 보검이는 ‘꽃청춘’때 얘기해보니 19회때 자신이 남편인걸 눈치 챘다고 하더라구요. 보검이랑도 신경전? 걔는 좀 거짓말스러울정도로 착해서 형들한테 그럴 수도 없어요. 하하하. 좀 화를 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인데요 뭘(웃음)”

박보검과의 대화 얘기가 나왔다. 최근 방송이 시작된 ‘꽃청춘’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첫 방송에서 나영석PD의 모습에 놀라던 류준열의 얼굴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이른바 ‘얼빠진 표정’은 ‘꽃청춘’을 이끄는 나영석PD만의 전매특허이자 힘이다. 출연자 모두가 지금까지 무언가에 당하듯 끌려(?)갔다. 하지만 결과는 더 없는 ‘힐링’이었다.

“그때는 정말 놀랐어요(웃음). 그냥 방송에서의 표정 그대로에요. 무슨 귀신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아니 ‘꽃청춘’을 가고 안가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앞에서 말하고 있는데 그 분이 갑자기 내 눈 앞에 등장하는 거에요. 1박2일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분이고. 연예인 보는 느낌이랄까. 정말 신기했죠. 뭐 여행도 워낙 좋아해서 ‘응팔’ 끝나고 회사에 말씀드려서 아프리카 여행을 실제 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갔으니 더 신기했죠.”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꽃청춘’ 방송과 함께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류준열의 영어 실력이다.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류준열은 맏형의 역할과 함께 운전과 통역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어 실력을 묻는 질문에 류준열은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길거리 영어다’고 웃었다.

“에이 실력이라고 말하기는 뭐해요. 그저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습득한 생활 영어에요. 어차피 대충하면 그쪽에서도 대충 알아들어요. 하하하. 외국인이 어설픈 한국말로 우리한테 길 물어보면 우리도 대충은 알아듣잖아요. 그 정도에요(웃음). 비결? 그냥 집에서 미드하고 외화 많이 보며 귀로 좀 익힌 것뿐이에요. 유학파냐고 물어보시는데, 제가 그렇게 생기지는 않았잖아요. 하하하.”

최근 한 논란의 주인공이 돼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그 질문을 꺼내자 다시 한 번 그 커다란 입매를 활짝 열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단다. 워낙 강하게 자라온 덕분이라 그런 지점에 대해선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다만 자신을 좋아해준 팬들이 받았을 아픔이 가장 큰 걱정이란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물론 아니죠. 아니에요. 뭐 아닌 것에 제가 발끈하고 화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뭐 그런 부분도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넘기는 성격이고. 그런데 팬들이 좀 실망하고 아파하셨을 것에 대해선 너무 죄송해요.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님도 나서서 해명해주시고. 아주 친한 친구도 SNS에 얘기를 했는데. 그냥 다 죄송하고 미안해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류준열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면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앞에 놓인 물병의 뜨거운 물을 연거푸 마시면서도 특유의 미소는 여전했다. 조만간 영화 ‘더 킹’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란다. 새 하얀 백지 위에 사인을 하면서 어떤 글귀를 적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

이 배우,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법을 좀 아는 것 같았다. 류준열이란 배우가 잠시 동안 ‘김정환’이었기에 조금은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인터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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