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과 여’ 공유, 이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이랬다
[인터뷰] ‘남과 여’ 공유, 이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이랬다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3.03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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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배우 공유의 가장 최근작은 영화 ‘용의자’였다. 북한 특수 공작원을 연기한 공유의 당시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키 184cm의 기럭지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가히 상상 초월이었다. 온 몸은 바위를 연상케 할 근육이 휘감고 있었다. 특유의 각지고 튀어나온 광대뼈의 강인함은 더욱 힘을 받았다. ‘인간 병기’란 당시 스크린 속 공유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과 같았다. 액션은 공유를 위해 태어난 장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대중들은 배우 공유의 진짜 힘을 잊고 있다. 그의 진정한 매력은 러브라인이 형성된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빛을 내왔다. 걸작을 넘어 명작 반열에 오른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떠올려 보라. 공유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우라였다.

사회성 강한 짙은 드라마에서도 그의 진정성은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영화 ‘도가니’가 공유를 통해 태어난 작품이란 점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 공유가 또 하나의 장르에 눈길을 돌렸다. 상대역은 무려 ‘칸의 여제’ 전도연이다. 지금은 충무로에서 사라진 정통 멜로다. 하지만 ‘멜로’란 단어보단 고통이 극심한 러브스토리가 더 어울릴 얘기였다. 영화 ‘남과 여’, 그리고 공유다.

영화 개봉 전 만난 공유다. 공유는 스스로가 약간의 반골 기질이 있음을 인정했다. 세상이 안된다고 말할 때 그것을 더욱 이뤄낼 욕심과 도전이 솟구치는 듯했다. 영화 ‘도가니’가 그 결과물이었다. 공유의 제안으로 스크린에서 옮겨진 이 작품은 결국 ‘도가니법’이란 사회적 공감대까지 만들어 냈다. 그의 선구안은 ‘충무로의 혜안(慧眼)’으로 불릴 정도로 탁월했다. 공유는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웃음). 어휴 저 같은 놈한테 무슨 그런 말씀을. 그저 좋은 책을 제안 드렸던 것뿐이에요. 그게 관객 분들이 사랑을 해 주신거죠. 저한테 그런 말씀을 제발. 하하하. 글쎄요. 이번 영화도 그저 멜로에 대한 욕구가 너무 컸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죠. 그냥 사랑 얘기잖아요. 거기다 상대역이 전도연 선배님이에요. 이건 안하면 내 손해 아닌가요. 하하하.”

그의 말처럼 전도연은 당대 최고의 멜로 여왕으로 불린다. 세계 최고 권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다. 그런 배우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공유는 떨리고 벅찬 느낌이었단다. 같은 소속사 선배란 점이 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사랑을 그린 얘기는 공유의 또 다른 반골 기질을 자극한 것 같았다. ‘남과 여’는 단순한 제목의 그것만큼 사랑의 단순함을 말하지는 않았다. 가정을 가진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다. 불륜이다.

“그 부분이 좀 불편해요. 불륜이요? 그럼 불륜은 사랑이 아닌가요? 그건 어떤 다른 감정인가요? 사실 좀 조심스럽죠. 그 단어에 대해 잘못 얘기를 하면 왜곡되고 확대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정말 확실한 건 한가지에요. 전 이번 작품 선택하면서 ‘불륜’이란 소재를 절대 보지도 않았다는 거에요. 그냥 러브스토리로 다가왔어요. 그저 제목에 나온 남자와 여자의 얘기로만 다가왔어요.”

사실 ‘남과 여’에서 남자는 공유에게 먼저 갔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거절은 아니지만 충무로 영화 현실에서 멜로의 가능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전도연은 ‘멋진 하루’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윤기 감독과 2년 전 이 작품을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이후 많은 남자 배우들에게 갔었다. 그리고 공유에게 시나리오가 전달됐다.

“전도연 선배님은 ‘협녀’ 찍기 전부터 이 작품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고 들었어요. 여러 남자 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돌다가 저한테 왔다고도 들었고. 뭐 책(시나리오)이 막상 오니깐 ‘이젠 내 차례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들었는데 도연 선배님이 ‘공유가 할까?’라고 걱정하셨대요. 줄데 없어서 공유한테 줄거면 주지 말라고도 하셨다고 그러더라구요. 하하하. 사실 제가 더 궁금했어요. 제가 달라고 했죠(웃음). 용의자 끝나고 였던거 같아요.”

‘용의자’ 이후 비슷한 액션과 남성미만 강조된 캐릭터가 그에게 집중됐다. 그런 가운데 어떤 면에선 유약하고 또 다른 이미지로는 한 없이 갈증이 시달리는 인물 ‘기홍’은 어쩌면 공유가 느껴왔던 감정과 비슷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와 감정의 교류를 원없이 해볼 수 있단 생각이 ‘남과 여’에 집중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게 기홍이란 인물이기에 더욱 끌렸을 수도 있다.

“낯선 공간이라 불리는 핀란드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얘기를 한다?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하하하. 낯선 공간이 도화선이 된 것이라 생각해요.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동병상련으로 발전했고. 공간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그 감정의 폭탄을 터트린거죠. 영화를 보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해요. 기혼자들은 공감을 하고 미혼자들은 공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글쎄요. 상황이 주는 감정이랄까.”

공유는 ‘남과 여’가 담은 결코 얕지 않은 감정의 교류를 말로 표현하기가 싶지 않은 듯 보였다.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다. 평범하지 않은 위치의 남자와 여자였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몇몇 장면에선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지점을 감지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멜로이지만 ‘남과 여’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얘기를 결코 평범하지 않게 풀어낸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스스로가 말하는 듯 했다.

“쉽지 않죠. 그렇죠. 하하하. 영화를 보시면 어떠실지 더 궁금한 장면들이 꽤 있어요. 우선 기홍의 아내는 기홍의 불륜 사실을 알았을까? 전 몰랐다는 전제를 깔고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영화에선 몇몇 장면에서 힌트 같은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걸 다르게 해석할 수고 있구요. 물론 감독님이 설명을 해주시지는 않았어요. 전 그렇게 믿고 갔던거구요. 딸이 그랬을 거에요. 말을 못하는 ‘선택적함구증’이란 병을 앓고 있어요. 딸의 눈에 비친 아빠 ‘기홍’, 불안장애를 안고 사는 아내의 눈에 비친 남편 ‘기홍’. 참 묘하네요.”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영화 속 장면의 연속은 공유의 감정을 매번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공유의 가슴을 사정없이 때린 명장면은 딱 한 곳이었단다. 그 장면의 강렬함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머리속에 깊게 각인돼 있었다고. 촬영이 끝난 현재까지도 그때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단다.

“이게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하하하. 영화 거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제가 핀란드에서 가족을 태우고 차를 몰고 가다가 백미러로 길가에 서 있는 상민(전도연)을 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제 촬영에서도 거의 미치겠더라구요.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가족들은 옆에 있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밖에 있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이고,”

지독할 정도로 아픈 사랑의 굴레 속에서 살다 온 공유다. 그의 실제 사랑은 어떨지 궁금했다. 공유는 웃으며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상대역 전도연이 “넌 여자를 정말 모른다”며 혼을 냈단다. 대체 공유가 여자를 모른다니. 로맨틱 멜로의 한 축인 공유가 아닌가. 공유도 웃었다. 작품 속 공유는 그저 만들어 진 가상이라며 손사래다.

“그거야 다 만들어 낸 이미지잖아요. 하하하. 저요? 글쎄요. 흠...좀 어중간한 면이 있어요. 한 번 사랑을 하면 잘 안 변하는 스타일인데. 여자 친구한테선 ‘넌 날 사랑하니?’란 말을 들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에요 제가. 전 그렇지 않은 데 여자 입장에선 좀 틀린가 봐요. 제가 의외로 표현을 잘 못해요. 원하는 이상형이요? 한 번만 말해도 딱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는 여자? 하하하.”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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