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정’ 도경수,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청년의 순수
[인터뷰] ‘순정’ 도경수,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청년의 순수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2.29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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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이젠 그들에게 대세란 단어도 좀 모자란 느낌이다. 그들은 그저 엑소일 뿐이다. 엑소가 바로 대세의 다른 말이 됐으니 말이다. 그들의 하나하나가 기록이고 환호가 된다. 그래서 엑소는 그런 존재로 기억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중심에 선 멤버 디오(도경수)도 어느덧 존재의 무거움을 느껴가고 있었다. 사실 아이돌이란 편견이 그의 모습을 변질 시키고 있는 듯했다. 엑소의 멤버 디오가 아닌 배우 도경수는 너무도 진지하고 무거웠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과 방향을 뚜렷하게 잡아가고 있었다. 아이돌이란 편견은 말 그대로 껍질에 불과했다. 그는 분명히 아이돌이지만 그것을 스스로가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도경수는 충분히 그럴만한 생각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있었다. 영화 ‘순정’도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돌 엑소 멤버가 아닌 배우 도경수로서의 다음 작품일 뿐이었다. 이 청년 의외로 무겁고 진지하고 또 건강했다.

‘아이돌’이란 단어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강요하게 된다. 그 이미지에 갇힌 당사자는 대중들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스스로가 만든 어떤 기준으로 제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그런 경우를 익히 봐왔기에 조금은 힘든 인터뷰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도경수는 정말 솔직했다. 어떤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거나 직설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숨기는 법을 몰랐다. 그저 자신은 지금의 모습이 진짜라는 것처럼만 느껴지게 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면 충분히 이해가 됐다.

“평소에도 말이 정말 없는 편이에요. 인터뷰 때는 그래서 긴장을 더 많이 해요(웃음). 제가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질문에 성실함을 드러내야 하는데 말 주변이 별로 없네요. 하하하. 소속사에서 어떤 주의를 받았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그런 건 없었어요. 그저 ‘너 편한대로 해라’ ‘너무 솔직하게만 나가지는 말아라’라고 하시던데. 하하하. 잘 모르겠네요.”

그의 첫 마디와 첫 느낌은 딱 영화 ‘순정’ 속 범실 모습 그대로였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큰 눈을 껌뻑이며 상대방의 질문을 경청하는 모습이 묘한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엑소의 멤버이지만 그는 배우로선 새내기이고 자라나는 새싹이다. 새싹이란 단어에 배시시 웃으며 부끄러워하는 도경수다.

“뭐 드라마와 영화를 몇 작품 했지만 주연이란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죠.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완전 초보잖아요. 언론시사회날 처음 영화를 봤는데 아직도 어색하고 부끄러워요. 사투리의 감정 표현이 좀 모자란 것 같아서 너무 아쉽구요. 전라도 사투리를 잘 모르는 분들은 ‘괜찮다’고들 하시는데. 진짜 전라도 분들이 보시면 정말 웃기게 들릴거에요. 외국인이 한국말 흉내 내는 느낌이랄까. 제가 들어도 좀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너무 아쉬워요.”

연기적인 면에서 아쉬움은 남아 있단다. 하지만 순정 속 도경수는 순수한 섬 소년 범실의 모습을 너무도 면밀하게 그려냈다. ‘보는 사람’이 곧 범실의 감정 속에 빠져 들게 할 정도로 도경수의 연기는 세밀했다. 감정의 표현을 수단이 아닌 감정 그대로 그려내는 유려함이 돋보였다. 그에겐 순정이 곧 범실이었다.

“범실이와 좀 닮은 면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정말 순수한 친구잖아요. 글쎄요. 좀 닮았나(웃음). 생각해 보니 딱 하나는 닮은 것 같아요. 수옥(김소현)이를 위해선 물불 안가리고 달려드는 모습은 저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좀 그래요. 하하하. 맞으면 맞고 아니면 절대 아닌 스타일이거든요. 생각해보니 그래요. 17세때는 정말 범실과 닮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는 좀 변한 것 같기도 해요. 범실이보다 더 정확해 졌다고 할까. 일을 위해선 정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좀 생긴 것도 같구요.”

그는 이번 영화에선 또래의 친구들 다섯과 함께 등장한다. 한 두 살 정도의 나이차는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팀(엑소)을 떠나 온전히 배우 도경수로서 한 작품에 빠져 살았다. 남해의 외딴 섬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촬영을 진행했다. 일이 아니라 사실 소풍을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고. 촬영이 들어가면 그는 가장 경력이 일천한 막내가 된다. 하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는 동생들을 거느린 형으로 돌아갔다.

“워낙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온 친구들이잖아요. 하하하. 정말 대선배들이죠. 촬영이 끝난 뒤에는 그래도 제가 형 노릇은 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모두 함께 밥을 먹으러 간다던지 그런 세세한 관심은 제가 하려고 노력했죠. 그렇다고 제가 무슨 ‘대장 노릇’을 해야겠다. 이런 건 절대 아니었어요. 물론 촬영 때는 제일 후배였죠. 동생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형’이란 책임감을 제대로 배운 듯 해요.”

또래 친구들과 섬에서 지내면서 촬영을 이어가다 보니 웃지못할 에피소드들도 많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들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어색함에 어쩔 줄 몰랐다며 웃는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금방 이어졌단다. 친형제들처럼 만나고 웃고 떠들었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단체 모바일톡으로 근황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고.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에요. 하하하. 뭐 딱히 뭘 꼽을 수가 없었어요. 워낙 더운 날씨에 촬영을 해서 다들 죽을 맛이었던 적도 있구요. 비가와서 촬영이 취소될 때는 다 같이 바다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고. 그냥 소풍 온 기분이었어요. 개덕이(이다윗) 삼돌이(연준석)와는 함께 먹고 자고 그러면서 더 친해졌죠. 삼돌이가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아요. 저와 개덕이가 샤워할 때 삼돌이를 좀 놀려주기도 하고. 하하하.”

영화가 공개된 뒤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아무래도 범실과 수옥의 우산키스 장면일 것이다. 풋풋한 첫 사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린 명장면이란 호평이 그 한 장면에 온전히 집중됐다. 범실의 설레이는 표정과 수옥의 떨리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정도로 묘한 감정을 그려낸 장면이 바로 ‘우산키스’ 장면이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몇몇 기사에선 제가 첫 키스를 못해서 아쉬워했다고 나오더라구요. 너무 놀래서. 하하하. 절대 아니에요(웃음). 시나리오에 있던 장면이고. 그렇게 가는 게 맞는 장면이었죠. 사실 그 장면이 전 좀 아쉬워요. 우산 키스신에서 범실이가 수옥이에게 ‘내가 널 업고 다닐 께’라고 하잖아요. 그때 조금 더 가슴에 와닿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있어요. 조금 모자란 감정이 보이는 거죠.”

엑소란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란 점 때문에 도경수는 어떤 그림 속에서든 화려함의 아우라를 갖고 시작을 하게 된다. 스스로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경수의 작품 선택은 좀 의외의 면모를 갖고 있다. 멋지고 화려한 캐릭터가 아닌 독특하고 개성 강한 인물을 주로 맡아왔다.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 연기는 지금도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제가 좀 그런 가 봐요. 하하하. 좀 평범한 예측 가능한 캐릭터에는 별로 끌리지가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눈길이 가는 배역은 없는데 최근 본 영화가 ‘레버넌트’였거든요. 그 영화 속 톰 하디 같은 배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누가 봐도 ‘나쁜 놈’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요. 그런 인물에 요즘은 끌리는 것 같아요. 뭐 지금은 멜로도 재미있고 로맨틱 코미디도 재미있을 것 같고. 뭐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요. 제가. 하하하.”

배우로서의 자세나 마음 가짐이 너무도 확고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에게 좀 재미있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만약 ‘레버넌트’의 톰 하디 같은 배역이 할리우드로부터 제의가 들어온다. 그리고 엑소의 월드투어 일정이 겹친다. 도경수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 것이냐란 점이다.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전 엑소 멤버에요. 당연히 그런 제의가 온다고 해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 거부합니다. 제 근본은 엑소에요. 엑소가 있었기에 제가 있고 그리고 앞으로의 일도 있는 거구요. 한 명이 빠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 전 그걸 너무 많이 알고 있어요. 멤버들에게 그런 불편을 주기 싫어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배우 도경수가 있지만 가장 밑바닥에는 엑소의 디오가 있어요. 전 배우 도경수이고, 엑소의 디오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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