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시절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시절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2.2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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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시간> 러처드 지믈러 외 26인 지음 | 정영은 옮김 | 생각과 사람들

[화이트페이퍼] “원하는 걸 사달라고 조르기만 하면 바로 손에 넣는 애들은 나중에 자라서 편의점이나 털고 다니는 불량배가 되기 십상이야. 왜냐고? 자기가 원하면 뭐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거든.”

아빠의 말이었다. 아이는 심슨 인형을 원했지만, 아빠는 위와 같이 이유로 극구 반대했다. 결국 아빠는 아이에게 인형 대신 못생긴 도자기 돼지 저금통을 사주었다. 어릴 때부터 돈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는 이유였다.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

아이는 저금통을 채우기 위해 매일 아침 코코아 한 잔을 억지로 먹어야 했다. 물론 먹자마자 토하면 한 푼도 없었다. 아이는 그렇게 받은 동전을 돼지 저금통 구멍에 넣었다. 아빠는 저금통이 가득차면 스케이드보드를 탄 심슨 인형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게 교육적이라면서 말이다.

다행히 아이는 도자기 돼지 저금통을 좋아했다. 가장 좋은 이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늘 자신에게 웃어준다는 점이었다. ‘마골리스’란 이름도 붙여줬다. 아이는 마골리스의 변함없는 미소를 보기 위해 매일 아침 코코아를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아이의 돼지 저금통을 들고 사정없이 흔들었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빠는 저금통이 가득 찬 걸 발견하고 망치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곧 아이에게 망치를 손에 쥐여 주며 빨리 깨라고 했다.

“인형 안사도 돼요” 아이가 말했다. 아이는 어느새 마골리스와 정이 들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괜찮아. 이렇게 직접 돈을 모으니 교육적으로도 얼마나 좋니? 내가 깨주마.” 아빠가 직접 망치를 들었다. 이제 도자기 돼지 저금통 ‘마골리스’의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 때, 드디어 아이가 나섰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시간>(생각과 사람들. 2016)에 ‘돼지 부수기’ 편에 나온다. 과연 돼지 저금통 ‘마골리스’의 최후는 어떻게 됐을까?

책은 세계 유명작가 27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모았다. 어른들이 잘 모르는 아이들의 시간들이 담겨있다. 책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으며, 인세는 전액 한 비영리 공공 단체에 기부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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