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
[북포토]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9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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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10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초록색 식물과 나무로 울창한 숲속이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몇 점 떠있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곳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붉으스레한 맨발과 손이 추워 보인다. 얼굴은 없다. 그는 책 제목처럼 엔젤(천사)인가? 하지만 보통 ‘천사’하면 떠오르는 그런 사랑스런 모습이 아니다.

이시다 이라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엔젤>(예문사. 2015)의 표지 그림이다. 책을 읽고 나면 이 모습은 안타깝게 죽은 남자의 ‘유령’ 혹은 ‘영혼’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죽은 채 영혼으로 깨어난 ‘준이치’. 그는 출생과 함께 어머니를 잃고 악마라고 불리는 기업사냥꾼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성인이 된 준이치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는다. 새로 맞은 후처의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준이치에게 10억 엔을 대가로 절연을 요구한다.

준이치는 1인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젊은 오너로 성공했지만 그의 삶에 온기라곤 전혀 없다. 그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친구도 없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의 정이라곤 전혀 느껴보지 못한 투명인간 같은 삶이다.

그가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그는 숲 속에서 자신의 시체가 매장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은 왜 죽은 걸까? 준이치는 자신이 살해당한 이유와 지난 2년간의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랑하는 ‘후미오’. 그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범인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소설은 영혼으로 사후의 삶을 누리는 준이치가 점차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살아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친구와 즐거웠던 일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알게된다. 그를 따라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경쾌하다. 결말도 그렇다. ‘죽음과 삶, 빛과 어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재기발랄한 소설이다.

“어느 소설을 읽든 기본 이상의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이 훌륭한 작가이기 때문인 듯. 그래서 이시다 이라의 소설은 만날 때마다 반갑다.” 역자 권남희가 ‘옮긴이의 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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