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고보니 영화배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고보니 영화배우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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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인 고은이 유력한 후보에 오르고 발표가 연기되는 등 화제를 모았던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75. Harold Pinter)에게 돌아갔다.

사실과 환상을 복합시키는 스타일을 추구해 온 해럴드 핀터의 작품세계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과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동시에 받아왔다. "현존하는 극작가 중 가장 해석이 어렵다."는 핀터에 대한 평가는 작품세계의 난해성을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작품을 써온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해온 배우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배우 데뷔작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1960년 작 `관리자`(The Caretaker).

짧은 장면이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등 뒤에서 말을 걸거나 카메라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거리에 나타나 능청스러운 카메오 연기를 선보였다.

두번째 작품은 프랑스의 권위적인 영화잡지 까이에뒤시네마가 선정한 걸작 `서번트`(1964. The Servant). 로빈 머햄(Robin Maugham)의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에서 그는 또 다른 카메오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 작품은 후에도 많은 작업을 함께 했던 조셉 로지 감독과 해럴드 핀터 콤비의 첫 합작품이었다.

이후 니콜라스 모즐리(Nicholas Mosley)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사고`(1967. Accident)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벨 보이 역할과 TV 프로듀서인 스테판 역할을 나누어 연기했고, `거북이 일기`(1985. Turtle Diary)에서는 오만하고 건방진 눈빛을 가진 책 가게 손님역할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50년대 후반 런던의 나이트클럽 소유자와 현지 갱들의 이야기를 다룬 `모조`(1997. Mojo)에서는 끔찍한 범죄자인 샘 로스 역을 연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기괴함과 예민한 감수성의 이중적 성격을 가진 킬러역할을 멋지게 소화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인 오스틴의 서간과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맨스필드 파크`(1998. Mansfield Park)에서는 주인공 패니의 부유한 친척인 버트램 가의 토마스 버트램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인 러브를 잇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제인 오스틴의 작품 특성 상 정확한 연기를 소화해 내는 고전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강직한 풍채와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핀터의 최근작은 할리우드 액션영화 `테일러 오브 파나마`(2001. The Tailor of Panama). 존 부어맨 감독의 첩보사기극인 이 작품에서 해럴드 핀터는 베니삼촌 역에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많은 연극작품과 ABC, BBC 등 TV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초등학교 연극 공연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연극학교에서 배우 수업을 받은 후 1954년부터 1959년까지 5년간 영국 전역의 레퍼토리 극장을 순회하며 `데이비드 배론`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쌓은 연기 수업은 영화와 TV 연기의 튼튼한 기초가 된 셈. 해럴드 핀터의 희곡작품은 2002년에 9권의 전집으로 국내에 출간 된 바 있다.

(사진 = 1. 영화 `맨스필드 파크`에서 프랜시스 오코너와 열연한 해롤드 핀터 2. 조셉 로지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해럴드 핀터 콤비의 첫 작품 `서번트`)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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