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검사외전’을 말한다
[인터뷰②]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검사외전’을 말한다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2.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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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샘컴퍼니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악역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딱히 선한 캐릭터로 ‘검사외전’의 ‘변재욱’을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황정민은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질문에는 웃으면서 ‘그냥 웃고 볼 영화다’고 기묘한 선을 그었다. 한국영화 관객들이 영화 자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트렌드는 분명 있다.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이는 스스로의 위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정민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무게감에 약간의 거부감을 보였다.

“의미를 부여할 영화도 있죠.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훅 읽히는 영화도 있잖아요. 이 영화가 그랬어요. 그냥 오락영화에요. 물론 그 안에 있는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지만 저희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한거죠. 사실 ‘히말라야’ 이후 다가온 작품이기에 그렇게 재미있게 봤을 수도 있어요. 진이 다 빠져 있었거든요. 그때 제작사 대표가 ‘그냥 한 번 봐’라며 던져준 게 이 영화 시나리오에요. 딱 그때 내 심리 상태에 맞았던 거죠.”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황정민의 캐릭터 선택이다. 공개된 영화의 결과물도 그랬고, 시나리오에서도 분명했다. 황정민이 맡은 ‘변재욱’보단 강동원이 맡은 ‘한치원’이 극 전체를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하다. 존재감이나 주목도 부분에서 변재욱보단 한치원에게 무게감이 쏠리는 게 당연해 보였다. 물론 황정민이란 배우가 그것을 보고 한치원을 원했을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니까요. 하하하. 그럼 내가 한치원을 해요? 이 뻘건 얼굴로 꽃미남 사기꾼을? 에이(웃음)제가 먼저 합류했고, 뒤에 어떤 배우가 할지 저도 궁금했죠. 강동원이 한다는 데 누가 마다해요. 저도 박수쳤죠. 강동원이란 배우 참 괜찮더라구요. 영화에서처럼 장난끼 넘치고 가벼운 친구? 절대 아니에요. 자기 역할을 분명히 알아요. 사실 얼굴도 그렇게 생긴 친구가 연기까지 잘해요. 여기서 더 뭘 바라요. 하하하. 현장에서도 모나지 않게 참 유하게 넘기더라구요. 사실 까칠한 건 저였죠. 하하하.“

▲ 사진=샘컴퍼니

황정민은 ‘검사외전’에서 머리였다. 모든 스토리의 설계를 담당하는 역할이었기에 좋은 판을 까는 데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그 판 위에서 노는 인물들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연출자적 마인드로 시나리오에 접근해야 했다.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 했다. 미리 두 수 이상을 넘겨봐야 했다.

“사실 모든 작품을 전 연출자 마인드로 봐요. 이번 작품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내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전체가 산으로 가요. 진짜에요. 서로 주고 받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는데 나만 주면 상대방이 뭘 받겠어요. 그런 점에서 강동원은 정말 최고였고 굳이었죠. 이성민 형, 박성웅 전부 최고였어요. 제가 할 일은 판 잘 깔고, 항상 동원이 옆에 있는 느낌을 갖고 만들어 가는 게 포인트였어요.”

무엇보다 황정민의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법정신’이다. ‘검사외전’의 핵심이며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모든 스토리의 반전과 결말이 드러난다. 검사 변재욱이 만들어 놓은 ‘판’의 해답이 들어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익히 봐왔던 법정 장면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 하지만 황정민에겐 새로움이었다. 그리고 황정민은 새롭게 만들어 냈다.

“그 장면을 잘 보시면 대사톤이 좀 많이 변해요. 감독님에게도 그랬고, 성민이 형하고도 그렇게 약속을 했고. 연극적인 분위기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아이디어도 냈고. 감독님도 오케이를 하셨죠. 제가 피고잖아요. 실제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피고가 자기변호를 하는 게 가능하대요.정말 리허설 많이 했어요. 하하하. 그게 아마도 20여분 분량 정도 될 거에요. 그걸 원씬 원테이크로 갔으니. 어휴. 처음에는 법률 용어가 입에 안붙어서 고생했는데. 나중에는 재미있데요. 하하하.“

‘너는 내 운명’으로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무대에 올라 상대역 ‘전도연’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며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바 있는 황정민이다. 그는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후배와 동료 선배들에 대한 무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 없이 자신을 낮춘다. 낮은 곳일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단 믿음도 있는 것 같다. 낮아져야만 그 아래 있는 진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 사진=샘컴퍼니

“내가 대체 뭐라고. 저 나온다고 두 말 없이 출연해 준 성웅이가 너무 고마웠죠. ‘정민이형 하는 데 해야죠’ 이랬대요. 그렇게 큰 역할도 아닌데. 물론 저 때문이겠어요? 하하하. 그저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운거죠. (김)원해형도 그래요. 정말 작은 역할인데 ‘히말라야’ 때 제가 부탁드렸어요. 저에겐 대학 선배고 동아리 선배고. 그냥 두 말 없이 출연해줬어요. 아휴 정말 그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를 정도에요.”

‘검사외전’을 내려 놓은 황정민은 이제 곧 ‘아수라’를 통해 다시 대중들 앞에 서게 된다. 이번에는 정말 ‘악 중의 악’이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웬만한 묵직한 악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순수한 악에 접근해 새로운 황정민을 그려낼 예정이란다. 이후 다음 달에는 ‘베테랑’을 함께 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에 승선한다.

“‘아수라’ ‘군함도’ 모두 기대가 되요. 아니 정말 신이 날 정도에요. 연기 잘한다는 배우들은 모두 모여 있는 작품들이잖아요. 현장이 너무 즐겁고 너무 행복해요. ‘아수라’에선 정말 또 다른 황정민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지금까지 저에게 ‘만날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던 분들도 많아요. 아마 그 작품이 그걸 깨줄 거에요. ‘군함도’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이달 말 쯤 하고 있는 뮤지컬이 끝나면 직접 ‘하시마섬’(군함도)에 가보려고 해요. 이 작품은 좀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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