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소형 증권사들, 신용공여 특화 무리수 두다 ‘우발채무’ 늪 자초”
[인터뷰] “중소형 증권사들, 신용공여 특화 무리수 두다 ‘우발채무’ 늪 자초”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2.1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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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공격성이 부메랑으로..메리츠종금·HMC투자·하이투자·교보·IBK투자 등 '빨간불'
▲ 한국기업평가 박광식, 안나영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최근 급증한 이유로 증권사의 신용공여 사업을 원인으로 들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우발 채무 문제가 심한 증권사가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들인 이유는 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용공여 사업을 특화했기 때문입니다. 신용공여 비즈니스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한 메리츠종금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IBK투자증권이 이에 해당됩니다"

◆ 증권사 우발채무 급증 과연 불가피 했나?

지난 주말을 앞둔 12일 한국기업평가 7층에서 만난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박광식 평가전문위원, 안나영 책임 연구원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이며 그 시기가 언제인지 확정할 수 없어서 장부에 오르지 못한 빚이 큰 짐이 됐기 때문이다. 나중에 회계장부에 인식될 수밖에 없는 '우발채무'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 신용도에도 큰 변수다.

▲ 우발 채무 문제가 심한 증권사가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인 이유는 회사의 수익을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공여 비즈니스 사업을 특화해서다. (표=한국기업평가)

중소형 증권사 우발채무가 최근 급증한 이유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사업 때문이다. 두 전문가는 "그간 건설사 부동산 사업이 망하면 자기부담으로 보증을 해줬는데(건설사 보증)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니 이를 증권사의 신용등급으로 대신 보증해 주다 증권사들의 우발채무가 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가 분양에 실패해 부실이 커지면 보증을 섰던 증권사책임은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용공여 사업은 지난 201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까지는 건설사들이 발행한 채권을 증권사들이 사와 3개월씩 쪼개 팔면서 마진을 남기는 (유동성 공여) 사업을 했다면 지난 2012년부터는 증권사들이 직접 주선해주고 신용의 수수료를 남기는 '신용공여'에 주력 한 것.

안 연구원은 "다른 증권사 비즈니스에 비해 신용공여 사업이 수수료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여기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력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1년간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증권사들이 이 사업에 집중하다 빚이 늘게 된 것이다.

◆ 중소사들 수익 높이려 건설사 대신 발벗고 나섰다가… 

그렇다면 이러한 우발채무 급증은 왜 중소형 증권사에서 심각한 문제일까? 중소형 증권사는경쟁력을 위해 신용 공여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안 연구원은 "일부 대형사는 우발채무 익스포저(특정 기업과 연관된 금액)에 제한이 있는 반면 중소형사는 경쟁력을 위해 이 사업을 특화하려는 니즈(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용등급이 높은 AA 등급의 대형 증권사는 굳이 다른 수익원이 있는데 신용공여 사업을 할 필요가 없고 신용등급이 너무 낮은 소형 증권사는 건설사 대신 이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발채무 문제는 그간 심각하게 관리되지 않은 사항였다. 지금까진 금융감독원이 나서 증권사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외 우발채무 관련해 직접 규제를 한 것이 사실상 없다. 또한 기업 신용공여는 자기자본 100% 안에서 하도록 돼 있지만 SPC(특별목적회사) 신용공여는 신용공여한도 규제 대상에 사실상 집계가 안됐다.

NCR은 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것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100×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이다. SPC는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을 팔기 위해 잠깐 설립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안 연구원은 "보통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SPC가 직접 대출하고 증권사가 보증을 서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권사가 간접적으로 대출에 참여하지만 SPC 이름으로 대출이 진행돼 이는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에는 집계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동성 비율(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에 해당하는 현금 동원력을 가늠하는 지표)을 산정할 때도 우발채무는 고려되지 않는다. 안 연구원은 "이러한 이유로 우발채무가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 ‘우발채무 건정성 관리’에 박차..‘개선효과’가 관건

하지만 올해부턴 감독당국을 필두로 우발채무 거래 건정성 관리방안이 마련됐다. 과연 이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감독당국, 증권사 모두 우발채무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때문에 앞으로 개선 효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안 연구원은 "저희는 증권사의 우발채무 리스크를 증권사와 함께 면담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펴본 결과 증권사들 스스로 기울인 노력이 신용평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지 증권사 모두가 우려를 씻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우발채무 부담이 오래 지속될 곳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

박광식 금융본부 전문위원은 산업은행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0년 5월 한국기업평가로 직장을 옮겼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금융 부문 분석업무를 다뤘다. 지난 2012년 이후 증권업 분석을 맡고 있다. 현재는 금융본무 증권 부문 실장이다.

안나영 금융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 2006년 1월에 입사했고 증권업 부문 분석을 3년째 맡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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