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시아버지 `구두쇠정신`
못말리는 시아버지 `구두쇠정신`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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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딛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성장은 국민들의 근검절약 정신도 한몫했다. 21세기에도 일본 국민의 미덕은 여전히 근검절약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을 없을 듯하다.

지난 7월 일본 논픽션작가 이마이 미사코(59. 今井美沙子)가 펴낸 <못말리는 시아버지>(사쿠힌샤. 2005)는 저자가 시집가서 보고배운 시아버지의 구두쇠 일생이다. 원제는 <もったいないじいさん>.

이 책은 저자가 2년전에 89세의 나이로 별세한 시아버지와 겪었던 살림살이를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내용을 담은 논픽션이다.

지난 신문지를 잘라 화장실용으로 쓰는 것은 기본. 망가진 구두 덧대서 신기, 깨진 찻잔 접착제로 붙여서 쓰기, 종지에 간장이 한방울이라도 남으면 냉장고 직행. 심지어 먹다남은 생선뼈로 조리용 국물 우려내기 등 시아버지의 구두쇠 생활은 혀를 내두른다.

먹다남은 생선뼈 조리국물로 재활용

이마이는 "시집갔을 때 처음엔 무척 당황했다"며 "흙 묻은 야채를 쌌던 신문지를 버렸다고 시아버지께 꾸중을 들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무척 검소한 생활에 놀랐지만 새 신발이나 옷, 그릇을 선물받아도 장롱 깊숙히 넣어두고 쓰던 것을 계속 쓰는 시아버지에 대한 새댁 며느리의 섭섭함도 나타냈다. 물건을 아껴쓰는 것도 좋지만 선물한 사람의 기본을 몰라주는 것 같아 곤란한 일도 많았다는 것.

며느리는 시아버지 이마이 시게후미에 대해 "일본 신도계(神道系) 종교인으로서 2차대전을 겪으며 굶는 날이 더 많았던 탓에 검소한 생활이 지나칠 정도로 몸에 밴 것"으로 분석했다.

시아버지의 지론은 `모든 물건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말끔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 돈보다 물건이 중요하다는 말은 구두쇠와 다른 느낌이다.

광고지나 사용한 봉투를 뒤집어 재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봉투만들기에 정신이 없다보니 강연시간을 잊어버려 결국 택시를 탄다거나, 빵부스러와 야채꼭지를 넣어두기 위해 전기를 잡아먹는 냉장고를 두개나 사용하는 등 경제적 합리성으로 보면 모순투성이다. 그래서 `시아버지의 생활철학은 종교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단다.

환경운동가로서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케냐 환경부 여성차관 왕가리 마타이(65)에 의해 세계적인 슬로건이 된 `아깝다 정신`.

시아버지가 이 소리를 듣는다면 무덤에서도 무릎을 치며 좋아할 것이고, 살아 계시면 `아깝다 정신` 캠페인이라도 벌였을 것이라는 저자는 시아버지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지는 일은 조금 사양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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