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이야기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이야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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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풍경> 정연석 지음 | 재승출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람마다 각자 특별한 사연이 있는 도시가 있다. 건축가가 여러 도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신간 <기억이 머무는 풍경>(재승출판. 2015)에서 그곳을 찾을 수 있다.

책의 표지는 영등포의 현재 모습이다. 바로 타임스퀘어에서 내려다본 영등포역 근처의 풍경이다.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영등포 일대에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군수공장과 방적공장부터 제분공장, 맥주공장 등 온갖 공장이 난무했다. 1980년대까지 한국 경제 발전의 메카였던 영등포는 밥벌이의 고달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현재는 아파트와 대형마트, 복합쇼핑몰로 재개발되었다.

“타임스퀘어와 영등포 우체국 사이로 오래되고 키가 좀 작은 건물들이 끼여 있다. 평지붕도 보이고 박공지붕도 보이고, 각자의 눈높이로 자기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온 건물들은 (...) 더 낡아 보인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가슴에 품고 미래를 꿈꾼다.” (87쪽)

영등포 골목 뒤편으로는 24시간 청소년의 통행을 금지하는 구역도 있다. 집장촌과 쪽방촌이다. 집장촌이야 당연히 청소년의 출입을 금하는 것이 맞겠지만 쪽방촌은 의외다. 남루하긴 해도 이곳 역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데 통행을 금지하다니. 21세기에 ‘서울판 게토Ghetto’가 되어버린 마을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는 자신의 삶의 배경이 되었던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우리 주변의 도시나 마을의 풍경을 그렸다. 종로의 피맛길부터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태백시의 탄광촌 철암동까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각 없이 스쳐 지났던 장소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잊고 있던 나만의 기억 속 도시를 만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건축은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추억이, 일상이, 꿈이 될 수 있다”고 전하는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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