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출 노다지 이란에 있는 '서울로'를 강남 '테헤란로'로 만들어야"
[인터뷰] "수출 노다지 이란에 있는 '서울로'를 강남 '테헤란로'로 만들어야"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6.02.0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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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마케팅 팔 걷은 김영수 수출입은행 부행장.."의리 기대는 장미빛 전망 금물..자금력 관건"
▲ 김영수 수출입은행 부행장 (사진=수출입은행)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를 따야 하고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생을 꾀하면 더 좋습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 이윤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김영수(56, 사진) 수출입은행 부행장이 귀띔한 심사 지원 기준이다. 수은은 이란 진출 기업을 돕기 위해 70억 유로(한화 약 9조3700억원) 가량의 ‘맞춤형 금융패키지’를 지원할 방침이다. 구조조정 상황에 처한 건설·조선·석유화학 업계는 이란 제재 해제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7년 만에 국제사회로 복귀한 이란에 대한 세계 관심은 시장진출로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잰걸음이 한창이다. 수은은 지난해 10월 이란서 세계 금융기관 최초로 ‘이란 대외통합마케팅’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김영수 부행장은 이란 대외통합마케팅을 이끄는 중심축이다.

지난 1985년 수은에 입행한 그는 무역금융부장, 플랜트금융부장, 경영지원부장, 국제금융부 외화조달기획팀장, 기획부 대외업무팀장 등을 역임했다. 수은 내 이란통이자 기업금융전문가로 통한다. 김 부행장은 "지난해만에도 이란 투자청이 썰렁했는데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의 문전성시로 과열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기업이 과거 명성에 머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 자금줄에 목 타는 이란..오일 등 현물상환 방식도 대안

한국은 이란서 ‘의리의 국가’로 통한다. 수은을 비롯해 대림산업 등이 이란이 어려울 때 떠나지 않고 현지 사무소를 지킨 결과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 시청률이 90%에 달했다. 이란은 한국의 중동 최대 교역국이자 한국 해외건설 수주 6위권을 차지하던 큰 시장이었다. 이란의 수입대상국 중 한국 순위는 지난 2014년 기준 3위다. 국내 가전제품의 이란 점유율도 70%를 웃돈다.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듯 이란 테혜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서울로를 강남 테혜란로처럼 부와 벤처의 상징으로 만드느냐 마느냐는 국내 기업과 정부 지원에 달려있다.

김 부행장은 “한국에 기회의 문이 열린 건 분명하지만 그저 장미 빛만은 아니다”며 "비교우위를 점하려면 이란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문부터 먼저 공략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돈을 주면서 수주를 따야한다”고 했다. 이란은 자금줄에 목말라 있다. 경제 제재 후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돼서다. 김 부행장은 "발주처인 이란은 수출입은행과 같은 수출신용기관(ECA)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으로 시공사가 금융부문을 패키지로 묶어 들어오기를 바란다"며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경쟁업체에 불리해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수은은 개발프로젝트에 지분투자 방식이나 오일, 가스 같은 현물상환 방식을 통해 이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국내 기업 진출 돕는 마중물 수은..자본 확충 과제

김 부행장은 “일단 시장을 뚫고 들어가야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다"며 "네트워크로 수의계약을 따내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수은은 오는 3월까지 이란 중앙은행과 기본협약(FA 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해 인프라사업 등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에 5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은은 이란 내 기반시설 낙후로 가스·정유 플랜트시설 교체 및 신규공사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행장은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끼리의 출혈경쟁과 저가 수주경쟁이 벌어져선 안 된다”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간 협력으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정부 산하 부서 간 협업 시스템이 아직 만들어지지 못해 서로 연결해주고 자문해주는 네트워킹 역할도 필요로 한다”며 “사업에 대한 자문이 쌓이면 프로젝트 수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란 진출 기업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수은은 자금력 확보가 과제다. 김 부행장은 “이란 기업 지원으로 늘어나는 여신 잔액을 커버할 만한 자본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출기업 지원과 리스크관리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경쟁력을 상실한 주력산업의 재편을 돕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신성장 발굴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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