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시와 친해지려면, 소리 내 읽길"
[오늘은이책] "시와 친해지려면, 소리 내 읽길"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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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최근 문학에세이 <시를 읽는 즐거움>(문이당. 2007)을 펴낸 문학평론가 이윤옥. 그녀는 시집 가격이 커피 한 잔 값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풍토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작가는 <시를 읽는 즐거움>의 서문을 통해 시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일상 언어는 의사소통과 정보전달과 감정표현을 위한 기능적인 것이다. 그런 일상 언어를 비틀면 세상에 금이 가고 투명했던 기존가치, 관례, 세계관이 불투명해진다. 불투명한 세상 속에서 삶은 알 수 없고 모호해진다. 그 삶을 어떻게 일상 언어가 드러낼 수 있겠는가. 시를 읽는 사람은 언어를 일상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체험한다. 시를 읽은 후, 그 사람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예술체험을 통해 낯선 삶에 대해 회의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녀는 문학평론가다. 독서는 이미 생활이며 삶이다. 이런 그녀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서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체험할 수 있고,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독서로 얻은 인문학적 소양은 자기반성과, 타자에 대한 포용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바로 이것이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상생의 삶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책을 읽는 시간은 따로 없다고 했다. 그저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읽기를 반복하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서로 다른 장르의 두 책을 병행해서 읽는 버릇이다. 또한 책을 읽은 후 중요 대목이나 감상, 이어서 읽어야할 책 등을 적어놓는 독서 습관을 지녔다.

그녀가 추천한 책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과 반세기를 함께 해온 정명환 선생의 <젊은이를 위한 문학이야기>(현대문학, 2005)이다. 이 책은 2005년 2월부터 12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문학이란 무엇인가-청소년을 위한 문학개론’을 재차 다듬어 출간한 작품이다.

평소 문학을 `만듦`, `앎`, `놀이`, `구원`이라는 인간의 네 가지 욕망의 구현으로 생각해온 정명환은 이 책을 통해 이와 같은 네 개의 주제로 문학에 접근해 냈다. 이윤옥은 “이보다 더 좋은 문학개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추천 이유를 소개했다. 역시 문학평론가였다.

시를 사랑하는 그녀답게 좋은 시 한편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인수 시인의 ‘쉬’를 소개하며 “언어의 다의성이 삶의 다의성으로 연결되는 등, 읽은 뒤 여운이 길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시”라고 극찬했다.

또한 시와 친해지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시를 자주 접하라`고 강조했다. 시를 자주 접하기 위해선 시집을 자기 돈으로 사는 습관을 갖는 편이 좋단고 했다. 다음으로 시집을 직접 산 다음 읽고서 좋은 느낌, 여운이 남는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볼 것을 권했다. 시는 산문시라도 반드시 소리 내어 읽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읽다 보면 한두 구절, 더 나아가 시 전체를 암송하게 되고 저절로 시가 좋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시를 좋아해서 소리 내서 읽기를 즐기는 한 문학평론가가 평소 지론을 담아 펴낸 <시를 읽는 즐거움>은 평론과 에세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는 “시를 읽는 즐거움을 통해 삶에 대한 깨우침을 얻는다”며 “깨우침이 없는 즐거움은 단순한 쾌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시 읽기가 오락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윤옥 평론가의 남다른 ‘시’ 사랑이 어떤 깨우침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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