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그의 눈에 비친 배우 존재감
[인터뷰②]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그의 눈에 비친 배우 존재감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2.0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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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형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 황정민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모든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이일형 감독(가운데)이 배우들과 촬영 상의를 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이일형 감독은 데뷔작 감독 답지 않은 여유가 넘쳤다. 현장에서 분명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윤종빈 감독과 함께 ‘비스티 보이즈’부터 ‘군도’까지 함께 했다. 과거 160회 차에 달하는 대작 ‘마이웨이’도 경험한 바 있다. 현장에 대해선 이미 도가 큰 예비 감독이었다. 윤 감독이 데뷔를 권했을 때도 쿨하게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단다. 물론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조급하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지금의 결과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황정민 강동원 이성민 박성웅 등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들을 이 작품으로 끌어 들였다.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한다. 감독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얘기를 나눠본 이일형 감독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그 기회를 만들어 냈다.

- 강동원의 경우는 최근 ‘검은 사제들’ 이후 바로 반전 이미지로 다가온다. 사실 이게 모 아니면 도 아닌가

▶ 무슨 말인지 안다(웃음).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 배우의 반전 이미지를 끌어내고픈 욕구가 있지 않을가. 워낙 진중하고 무거운 역할을 맡아왔고, 공교롭게도 전작이 그랬다. 사실 ‘검은 사제들’보다 우리 영화에 출연 결정을 먼저 해주신 걸로 안다. 하하하. 강동원의 경우는 분명 그 안에 가볍지만 ‘검사외전’의 밖을 장식해 줄 한치원의 모습이 있다고 느꼈다.

- 신인 데뷔 감독이다. 최근 충무로 최고 배우 두 명을 한꺼번에 캐스팅했다. 정말 울었다고

▶ 진짜로 울었다. 하하하. 사실 내가 그분들이라고 생각해도 나랑 한 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고 눈물이 흐르더라. 대구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저 이제 감독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때 또 눈물이 나더라. 하하하.

- 악역 이성민의 존재감이 두 사람의 조합에 가려진 느낌이다. 사실 진짜는 이성민의 존재감아닌가

▶ 맞다. 황정민 강동원 두 분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하지만 이성민 선배가 그 역을 안해주셨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이성민 선배는 ‘군도’때 함께 했다. 단언컨대 이성민 선배는 정말 연기를 잘하신다. 그냥 잘하시는 게 아니다. 정말 잘하신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믿음이 절로 생기는 분이다. 안그런가? 하하하.

- 박성웅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배역과 달리 홀로 정극의 연기톤을 유지하고 끌고 가더라

▶ 성웅 선배가 맡은 ‘양민우’는 그냥 ‘사람이 다 그런거 아냐’란 느낌이 오길 바랐다. 사실 사람이 다 양민우 같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역에 박성웅 선배만 떠올랐다. ‘신세계’의 느낌이 강해서 난 정말 무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오해다. 굉장히 허술하고 인간적이다. 가끔씩은 천진난만한 아이같다. 그 덩치에 말이다. 하하하.

- 대화를 나눠보면 다른 신인 감독과는 다른 느낌이다. 영화적 예술을 지향하기 보단 상업성을 중요시하는 느낌이랄까

▶ 하하하. 아니다. 나도 영화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창작이고 창작 자체가 예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대중성을 알리고 장르성을 띄어야 하는 방식을 구성하려면 재미란 결과물이 따라야 하고. 결과적으로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변주하고 또 변주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감독이길 바랄 뿐이다.

- 특별하게 좋아하는 장르 영화가 있는가

▶ 아카데미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홍콩액션 영화광이다. 지금도 스트레스 해소방법 중 하나가 홍콩영화 관람이다. 집에서 혼자 ‘영웅본색’ ‘첩혈쌍웅’ ‘무간도’ 등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최고다. 하하하.

이일형 감독은 데뷔 감독으로서의 부담감보단 배우들에 대한 믿음으로 촬영 기간을 즐기며 작업했다고 한다.(사진=쇼박스)

- 개봉 하루 전이다. 예매율이 엄청나다. 데뷔작이 너무 큰 성공을 거두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루머도 있다

▶ 내가 지금 그런 걱정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웃음). 데뷔 자체도 기적 같은데 무슨 2년차 징크스를 말하나. 하하하. 아? 2년 차 징크스라면 우선 데뷔작 자체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단 전제가 아닌가. 그 징크스 한 번 겪어보고 싶다.

- 영화감독이란 직업 경험해보니 어떤가?

▶ 군입대 후 첫 날 내가 들었던 생각이다. ‘이런 상황을 2년 2개월이나 버텼다고?’ 그 이후로 군필자들이 정말 위대하게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하하하. 다시 돌아와서 영화 크랭크인 첫 날이 지나고 들었던 생각이 저거였다. ‘이걸 앞으로 몇 달을 더해야 한다고?’ 다른 모든 선배 감독들이 위대해 보였다. 하하하.

- 개봉 첫 날 이일형 감독은 뭘 할 것 같나? 그리고 지금과 개봉 첫 날의 달라진 느낌을 전한다면?

▶ 우선 인터넷을 켜고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살필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 혼자 극장에 가볼 것 같다. 그리고 밤에 잠을 아주 잘 잘 것 같다. 결과가 좋은 아니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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