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빠생각’ 임시완 “언젠가는 제 바닥도 드러나겠죠. 하지만…”
[인터뷰] ‘오빠생각’ 임시완 “언젠가는 제 바닥도 드러나겠죠. 하지만…”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1.21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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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여리고 유약한 그 모습에서 상상을 해봤다. 한반도 역사상 최대 비극이란 한국전쟁의 한복판에 선 남자의 냄새를 맡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떠 오르지가 않는다. 그려지지가 않았다. 만들어 지지가 않았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에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임시완의 모습에선 그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적군의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 한 가운데. 죽고 죽이는 극한의 삶이 다가선 그 한 가운데 선 남자. 임시완이 그려야 할 인물 소위 ‘한상렬’이다.

그는 인민군에게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었다. 지켜야 할 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 그래서인지 전쟁터에선 무모할 정도로 거칠었다. ‘미생’에서 보여 준 임시완, ‘변호인’에서 우리를 울린 임시완은 없었다. 임시완은 그저 한상렬이 돼 있었다. 죽고 죽이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남자 한상렬이었다. 물론 그의 가슴 속에는 어떤 고통이 자라고 있었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시완을 만났다. 그는 어느 덧 20대의 아이콘이 돼 있었다. 임시완이란 이름보다 ‘장그래’란 ‘미생’ 속 캐릭터로 불리웠다. 그렇게 세상은 임시완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 점이 오히려 이번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쳤던 것은 아닐까. 일종의 반항심도 있지 않았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반항심은요 무슨(웃음). 정말 부담스러워요. 20대를 대표한다는 말은. 제가 뭘 했고 또 뭐라고 20대의 모든 분들을 대표하겠어요. 뭐 ‘미생’ 이후의 관심과 착하게 봐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죠. 그러다 보니 저도 착한 척을 하는 것 같고. 하하하. ‘오빠생각’은 사실 다른 점은 없었어요. 제가 전면에 나서지만 제가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떠올랐고. 그 점에 전적으로 끌렸죠.”

전적으로란 ‘단어’에는 분명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출연한다는 그 점이 정말 마음을 움직인 것만은 사실이란다. 임시완은 그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돼 이번 작품을 선택했지만 충무로에는 ‘절대 힘듦’ 몇 가지의 전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이들과의 작업이다. 임시완도 얼굴을 ‘빙긋’하며 웃었다.

“사실 그런 얘기는 거의 귀동냥으로라도 듣잖아요. 전 뭐 걱정은 안했는데 현장에서 몇 번 ‘이거 금방 끝날까’란 생각은 해봤죠. 그런데 의외로 촬영이 더 빨리 끝났어요. 우선 우리 영화에선 최고 대우가 아이들이었어요. 걔네들 컨디션에 모든 스케줄을 맞춰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촬영하다가 해떨어지면 정말 모두 철수였어요. 전 편했다니까요. 하하하.”

물론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고 전쟁터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순제작비만 70억원이 투입된 대작 영화인만큼 스태프들도 엄청났다. 촬영 현장에서의 긴장감도 그 어느 작품보다 날카로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임시완이 아이들을 혼내는 장면을 찍으면서 겪은 일이다.

“진짜 다시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더라구요. 극중에서 아이들은 제가 혼을 내는 장면을 진짜 감정으로 받아들이더라구요. 너무 놀랐어요. 제가 되게 화가 나서 나무라고 호통을 치는 장면을 촬영 중인데 그 모습에 한 아이가 놀란 거에요. 갑자기 딸꾹질을 하는 데 멈추지를 않아서. 하하하. 그런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또 한 편으론 미안한지.”

임시완은 이번 ‘오빠생각’을 찍으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바로 자신이 기대고 혹은 자신을 이끌어 줄 듬직한 선배의 존재감 부재다. 물론 함께 호흡했던 이희준도 있었다. 하지만 극중에선 감정적으로 적대적인 캐릭터다. ‘변호인’에서의 송강호, ‘미생’에서의 이성민과도 같은 존재의 허전함을 느꼈을 것 같았다.

“그럼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변호인’에서의 송강호 선배님이나 ‘미생’에서의 이성민 선배님 같은 분이 계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요. 부담? 됐죠. 정말 됐죠. 사실 (고)아성이도 그렇고, (이)희준이 형도 내공이 보통이 아닌 배우잖아요. 좀 어울리면서 그런 부담을 풀자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의외의 복병이 있었죠. 동구역의 정준원과 그 동생을 연기한 이레요. 얘네 둘이 정말 대단해요. 하하하. 제가 기댔다니까요.”

현장에선 무려 30여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지휘하는 인물로 살아야했던 임시완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선배로서 이끌어 본 경험도 없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작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상렬’이란 인물까지 연기해야 한다. ‘한상렬’은 전쟁이란 환경 속에서 어른의 완벽함을 유지해야 했던 인물이다. 그 정서를 잡고 가야 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한상렬은 어떤 면에선 저도 따라가기 힘든 감정을 갖고 있었어요. 정말 이렇게 가면 ‘착한 사람 코스프레다’고 감독님에게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전하기도 했었죠. 감정이 터지고 폭발해야 하는 순간에도 평정을 유지하는 인물이에요. 좀 이해가 안됐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영화를 보고 한 명이라도 순수해 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하시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맞더라구요. 그때부턴 한상렬의 가슴을 이해하게 됐죠.”

이제 영화는 단 두 편이다. 임시완은 ‘아직 개봉도 안했지만 전 평균 500만 배우다’고 웃었다. 전작 ‘변호인’이 1000만을 돌파했으니 맞는 말이다. 드라마 ‘미생’의 파급력도 너무 크다. 임시완은 어느 덧 가수란 첫 시작을 지운 채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충무로에서 주요한 배우 리스트의 상단에 자신을 꽂아 넣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실제보다 고평가 되고 있단 점이요. 절 좋게 봐주시는 것이기에 너무 감사하죠.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너무 높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뭐 나중에 그 거품이 빠지고 바닥이 드러난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죠. 그때 대중들이 느끼는 실망의 크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죠.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요. 남들이 원했던 그 간절한 기회를 전 사실 너무 쉽게 잡은 경향도 있어요. 그들의 간절함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전 정말 열심히 할 거에요. 순간순간 만큼은 제 모든 걸 쏟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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