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뮤지컬 ‘정글라이프’ 류단오, 인생 30%의 행운 거머쥔 남자
[박진희의 사람들] 뮤지컬 ‘정글라이프’ 류단오, 인생 30%의 행운 거머쥔 남자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6.01.19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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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스토리)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직장생활 경험이 없는 배우가 정글 같은 직장생활의 애환을 연기한다. 극단 단체생활에서 막내로 활약했던 기억을 더듬거나 이미 사회에서 자리 잡아 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 경험을 쌓는다. 뮤지컬 ‘정글라이프’의 주연배우 피동이 역의 류단오다.

“무대 위에 ‘미생’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회사 생활 경험이 없어서 ‘정글 같은 사회’라는 표현이 한 번에 딱 와 닿지는 않지만 책임감과 심적 부담 면에서는 약간의 공감대가 있어요. 주위 친구들은 이제 막 정사원이 되어 가면서 넋두리가 늘어나죠. 함께 이야기 하면서 많은 것을 느껴요”

류단오는 뮤지컬 정글라이프를 통해서 “너무 위만 보고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한다.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꼭 위로만 올라가라는 법은 없어요. 위로만 가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죠.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아래에도 풍광은 있어요”

정글라이프는 빌딩 숲이 가운데 한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자 같은 상무와 호랑이 같은 부장, 사슴 같은 과장, 원숭이·하이에나 같은 대리가 존재한다. 여기에 높이뛰기 선수로 생활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얘기치 않게 직장인이 된 막내 피동이(류단오)가 있다. 그야말로 먹이사슬이다.

“먹이사슬 안에서 일련의 사건을 일으키며 서로 먹고 먹히다가 결국 피동이도 회사를 떠나게 되요. 초등학교 높이뛰기 코치로 가서 이런 대사를 해요. ‘너무 빡세게 가르치지 않으려고요. 도와주고 싶어요. 앞도, 옆도, 아래도 볼 수 있게’라는…대사를 하면서 저에게도 많이 와 닿았죠”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오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학로자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 (사진=윤스토리)

◆스물여덟 류단오, 인생 30% 행운을 쥐고 태어난 자

남자 나이 스물여덟, 주위 친구들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데 배우이기를 고집한 이 남자는 아직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류단오라는 이름으로 주역을 꿰찼지만 드라마와 영화의 크레디트에 ‘류단오’라는 이름 석 자를 올리고 싶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글 같은 사회생활을 전투적으로 하고 있는 인물까지 연기하게 됐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면서도 제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미래가 더 불안해 질 법도 하다. 

“불안감이 없지 않았어요. 한 2~3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고민을 했죠. 지금은 편안해요. 아흔 살이 되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요. 힘들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가서 물어봐요. ‘할아버지,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늘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비춰서 대답을 해주세요. 그 안에 답이 항상 있어요”

연기를 전공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무대 연기를 한 류단오의 꿈은 오롯이 하나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는 연기자다. 그런 그에게 흔들림의 시간은 나이테가 됐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인생의 30%는 주어진 행운이라는 인정도 하게 됐다.

“많이 흔들릴 때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어요. 사람의 삶에 행운은 몇%나 차지하는 거냐고요. 그때 30%라는 답변을 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복이 나를 따라오게 하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나에게 오디션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합격의 복이 따라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복을 기다리면 그 복이 나를 따라온다는 거죠. 그렇게 30%의 행운을 만들어 가라는 말씀이었어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배우 류단오에게 30%는 인생이 지혜를 일깨워주는 아흔살 조부였다. 인생의 지혜는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터득하는 것 일 텐데. 이 20대 젊은 친구는 이미 부딪히고, 깨지고, 부르터서 얻은 지혜를 고스란히 선물 받고 있는 셈이다.

“오디션에 합격하는 복을 받기 위해, 실력 있는 배우로 인정받는 복을 받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 하고 있어요. 무대 연기와 미디어 연기는 시스템이 달라서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리얼리즘을 위해 더 디테일한 연기를 연구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간이 좀 더 넓은 무대 위에서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조금 더 쓰는 것,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 더 디테일하고 자연스러운 것 등 메커니즘만 이해하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저는 복 받을 준비가 돼있습니다”

동화 같은 이야기다. 20대 손자와 90대 할아버지의 삶. 그 아름다운 이야기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류단오는 준비된 배우가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머리를 맴돈다. 그 준비된 연기를 꼭 확인해 보고 싶다. 먼저 뮤지컬 정글라이프를 통해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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