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팝 아티스트 마리킴 "지금은 작가 개인이 브랜드로 활동하는 시대"
[인터뷰] 팝 아티스트 마리킴 "지금은 작가 개인이 브랜드로 활동하는 시대"
  • 김동민 기자
  • 승인 2016.01.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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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마리킴)

[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팝 아티스트’라는 표현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왠지 연예인처럼 생활할 것 같고 돈이나 인기를 밝힐 것 같기도 하다. 투애니원의 앨범 자켓과 뮤직비디오 속 아이돌(Eyedoll) 캐릭터로 익숙한 마리킴에게도 비슷한 선입견이 있었다. 눈에 띄는 미모와 날씬한 몸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SETI'전에서 마리킴을 만나고서야 알았다. 정작 그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 외모를 보고 작가로서 흥미롭게 생각해 주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제 목표는 아니에요. 대중의 시선에 맞춰서 뜨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는 유명세와 자유를 바꾸고 싶지 않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게 좋은 거지. 모두가 다 알아서 길거리도 못 돌아다니는 건 싫어요. 대중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지 그 안의 콘텐츠가 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뉴스나 정보 전달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방송 출연을 아예 안해요.”

▲ (사진=마리킴)

♦ 마리킴, 아이돌을 만들다 

마리킴은 미술을 전공한 적이 없는 작가다. 당초 예술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매일 자신이 만든 아이돌 캐릭터를 한 작품씩 그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파워블로거가 되고 포털사이트 상단에 소개됐다. 2008년에는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책도 출판했다. 여기저기서 전시를 하자는 제의가 왔고 그렇게 그는 어느새 작가가 됐다.

“관심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까 지금의 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 속 캐릭터들을 많이 그렸어요. 그게 아이돌의 시작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리는 걸 즐기게 됐어요. 때마침 블로그 열풍이 불면서 SNS 시대가 도래했고 그런 제 성향과 맞아떨어진 거에요. 운이 좋았던 거죠.”

그렇게 탄생한 아이돌 캐릭터는 얼핏 마리킴과 닮아 보인다. 마리킴은 자신을 닮은 아이돌을 만들고 이를 계속해서 복제해 온 것만 같다. 덕분에 아이돌 그림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차가운 모습이다.

“사실 다빈치도 모나리자랑 닮았다는 말이 있거든요. 은연중에 아이돌에 제 모습을 담았다고 볼 수도 있죠. 원래 작가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고 하잖아요. 표정이 없는 건 복제품처럼 보이고 싶어서에요. 인형이니까 그냥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거죠. 역할을 수행하는 데 표정이 있으면 좋고 나쁜 감정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잖아요. 아이돌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중요해요. 주체성을 배제하고 역할만 주입했죠. 롤플레이처럼요.”

마리킴에게서는 자신이 만든 아이돌과도 같은 소녀의 모습이 느껴졌다. 대중의 시선에 개의치 않듯 미술계나 평단의 인정에도 관심이 없다. 팝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도 무의미하다고 했다.

“외국에는 작가의 브랜드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작가의 스타일이 있는거죠. 그걸 ‘팝 아트’라고 규정하진 않아요.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작가와 작품에 사조를 붙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건 상관없는데 굳이 사조를 붙이는 게 좀 올드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작가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 활동하는 시대니까요.”

▲ (사진=마리킴)

♦ 마리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다

이번 SETI 전에 전시되는 마리킴의 작품은 189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지난 수 년간의 해외 전시를 감안하면 작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작업량이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 마리킴과 함께해 온 파트너들의 도움이 있었다.

“어시스던트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제가 원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필요한 사람이 있죠. 수년 간 그렇게 일을 해 와서 제 주변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영화감독이 그런 것처럼 작가가 글로벌해지려면 혼자 할 순 없잖아요. 이런 시스템을 잘 구축했기 때문에 다작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영화도 찍고 여러 관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거죠.”

리킴은 투애니원 뮤직비디오 작업 이후에도 각종 패션, 뷰티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다. 이와 함께 여러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내비쳤고 몇몇 연예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샘 해밍턴과 알게 돼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호주 멜버른에서 유학을 했는데 샘 해밍턴도 멜버른 출신이라서 친해졌죠. 이태원에 샘 해밍턴이 낸 바가 있는데 거기 가끔 가기도 하고요. 이번 제 전시에 초대했는데 방송 스케쥴 때문에 아직 못 오고 있어요.”

이번 SETI 전시가 끝나는 대로 마리킴은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가할 예정이다. 직접 감독과 출연을 맡은 영화도 제작중이라고 했다. 관심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도전하는 그는 특유의 반짝이는 눈동자로 벌써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이번에 LA 아트쇼에 스페셜 피처링 작가로 초청받아서 가게 됐어요. 거기서는 한국 단청 문양을 주제로 아이돌 작품을 전시할 거에요. 한국의 색과 아이돌을 결합하는 거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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