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로...
[책속의 지식]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28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글 / 인물과 사상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5월이면 들이나 시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쁜 풀꽃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이 듣기에도 민망한 ‘며느리밑씻개’다. 그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뭘까? 이 말은 일본 말 의붓자식의밑씻개(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는 것. 이름도 이름이려니와 “가시가 촘촘히 난 풀로 밑을 닦는다는 발상이 떨떠름하다.”

일제에 의해 이름 지어진 우리 풀꽃 이야기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 2015)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책에 인용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며느리가 붙은 풀꽃 이름이 여러 종 나온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밥풀 (...)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며느리가 모두 의붓자식의 번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략)

며느리밥풀에 해당하는 일본 이름은 마마코나다. 새며느리밥풀은 히카게마마코나인데 히카게는 그늘이라는 뜻이다. 알며느리밥풀로 옮긴 마루바마마코나의 마루바는 둥근 잎이라는 뜻이고 애기며느리밥풀이 된 호소바마마코나의 호소바는 가는 잎이라는 뜻이다. 꽃며느리밥풀의 일본 이름은 쓰시마마마코나로, 쓰시마섬과 관련 있다.

이런 다양한 이름이 모두 ‘며느리’로 번역되었다. 며느리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일까?" (p.114~p.115)

멀쩡한 꽃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생태학자 김종원 교수는 말했다. “기울어져 가는 조선 유교 양반 사회, 일제 식민 통치, 그리고 연거푸 일어난 한국전쟁, 이러한 반생명적인 통한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지탱해준 것은 밥상을 책임진 며느리의 살림살이 덕택인데 그 며느리를 욕되게 할 이유는 없다.” (p.117)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며느리배꼽을 ‘사광이풀’이라하고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아재비’로 설명한다. 김종원 교수는 사광이란 말이 ‘삭광이, 삵괭이(살쾡이)’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또한 잎에서 신맛이 나서 새콤, 사콤, 사광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아무튼 며느리밑씻개보다는 ‘사광아재비’가 듣기에도 더 나아 보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