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생생한 이야기가 책으로
중환자실 생생한 이야기가 책으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23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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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는 말> 정의석 글 / 스윙밴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생생한 드라마 같은 중환자실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심장이 뛴다는 말>(스윙밴드.2015)이 그것이다. 저자는 정의석 의사다.

책은 중환자실 10년의 기록이다. 때로는 스산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의사의 고뇌가 엿보이는 리얼 스토리다. 특히 가슴 먹먹한 사연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를테면 점점 심장이 멎어가는 아버지 임종을 딸이 지켜볼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달라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나 26개월 동안 다섯 번 넘게 수술을 받고도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한 아이의 죽음이 그렇다.

특히 곳곳에 묻어나는 인간적인 면모는 일반인이 느끼는 권위적인 의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고뇌하고 아파하고 심지어 도망간 환자를 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한편 감사한 마음을 들게 한다. ‘이런 의사들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서다. 폐에 생긴 종괴가 머리로 전이된 환자의 이야기는 이런 일면을 보여준다.

한 환자가 검사 결과를 들은 후 퇴원수속을 밟지 않은 채 사라졌다. 저자는 가족들을 수소문해서 수술이든 항암 치료든 뭐든 받아야 살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안수치료를 받고 식이요법으로 살릴 거라는 난감한 답을 듣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환자와 직접 연락을 취한다. 강원도의 어느 단식원에 있던 환자를 전화로 설득했지만 환자의 마지막 말에 입을 다문다.

“어머니랑 집사람이 원해요. 이런 치료를.”

그는 결국 병원을 나선 지 20일 만에 사망한다. 사망소식을 전하는 환자의 동생은 의사에게 형을 끝까지 환자 대접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습이 답답하고 잠을 잘 수 없을 밤이라 기록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어쩌면 살 수 있었을지 모를 사람이 황망하게 떠났으니 의사로서 얼마나 허무했을까.

10년의 기록인 만큼 의사로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은 책을 보는 독자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예컨대 “네가 그러고도 의사냐?”라는 말을 들으며 혼나고 환자를 돌보는 일을 반복하다 어느새 인턴을 향해 “네가 그러고도 의사야?” 똑같은 말을 던지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편의 휴먼다큐를 보는 느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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