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출근, 출근, 출근... 단조롭고 암울한 일상
[북포토] 출근, 출근, 출근... 단조롭고 암울한 일상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1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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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김엄지 글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암울하다. 검게 칠한 얼굴에 빼꼼이 보이는 눈은 초조하고 불안해 보인다. 동그랗게 벌린 입술로 뭔가 말을 건네는 듯 하다. 가발을 쓴 듯한 새빨간 머리와 빠알갛고 검은 몸. 혹시 전신 화상을 입었나? 책을 읽으면 그 생각이 그리 잘못된 것만도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소설은 ‘출퇴근 기계로 살아가는 소진된 현대인의 건조한 슬픔, 무표정한 지옥’을 그렸기 때문이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민음사. 2015)는 ‘오늘의 젊은 작가’ 김엄지의 소설이다.

평범한 삶을 살며 식욕과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추구하는 E가 주인공이다. 그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역시 반복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단조롭고 직설적인 문체는 권태로운 일상을 표현하는 듯하다. 이런 식이다.

“1월 6일, E는 출근을 했다.

오늘 커피는 내가 살게. 동료 a가 말했다.

어제 커피도 네가 샀잖아. b가 a에게 말했다.

아마 내일도 a가 사겠지. c가 말했다.

고마워. E가 a에게 말했다.

커피를 마신 E와 동료들은 사무실로 향했다. 비가 멈추지 않았다." (p.45)

성실하게 출퇴근하는 회사원 E는 무료한 생활을 반복한다. 출근하고 동료들과 무의미한 대화를 나눈다. 퇴근길에는 간단한 안주에 술을 마신다. 직장 동료 a가 실종된다. 주변 사람들은 사라진 a에 신경 쓰지 않고 a의 실종을 궁금해 하는 E를 의아해한다. a의 자리는 곧바로 d라는 새로운 인물로 대체된다. a의 존재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주말, 출근, 산책, (가끔 술), 주말, 출근, 실종, 주말, 출근, 감기, 주말, 출근, 출근, 출근...

불안하고 고독한 한 젊은이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각박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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