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학대 받으면 자살 가능성 높다
어린 시절에 학대 받으면 자살 가능성 높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1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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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네사 캐리 글 이충호 옮김 / 해나무

[책속의 지식]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어른은 자살률이 높다. 그 이유는 뭘까? ‘후성유전학 입문서’인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해나무. 2015)에 나오는 이야기다. 후성유전학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스위치가 켜지거나) 발현되지 않거나(스위치가 꺼지거나) 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 단백질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을 프로그래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어른의 우울증, 약물 중독, ‘정상’ 기억하고도 관련이 있다.

“이 분야의 많은 연구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코르티솔은 콩팥 위쪽에 자리 잡은 부신(콩팥위샘)에서 만들어진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만들어지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이 생산된다.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은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설사 측정 시점에 당사자가 건강하다 하더라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학대나 방임을 경험한 어른은 배경 스트레스 수준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사람의 계들은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사례에서 정신 질환의 발병은 암의 발병과 유사한 면이 있다. 임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려면, 그 전에 분자 차원에서 잘못된 일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 학대를 받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만성 스트레스 수준은 그 사람을 그 문턱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이것은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 (중략)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는 동안 이러한 신호 연쇄 반응이 아주 활발하게 일어난다. 학대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 체계는 마치 그 사람이 아직도 학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처럼 계속 신호를 발사한다. 이것은 마치 중앙 난방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나 여름에도 겨울의 추운 날씨를 바탕으로 보일러와 방열기가 계속 열을 내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p.333~p.334)

책은 ‘아이는 어른의 (후성유전적) 아버지다’라고도 한다. 앞의 글은 그것을 증명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학대가 어른의 자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냥 흘러 보내기 어렵게 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특히 유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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