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이덕무의 ‘책을 읽으면 좋은 점 네 가지’
[책속의 명문장] 이덕무의 ‘책을 읽으면 좋은 점 네 가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1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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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이덕무 글 강국주 옮김 / 돌베개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다. 하물며 배고프고 춥고 근심이 있고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한다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으면 유익함이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지식인 이덕무가 산문집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돌베개. 2013)에서 전하는 글이다.

“최근 들어 깨닫게 된 일이 있다. 일과日課를 정해 두고 책을 읽으면 네 가지 유익함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식하고 정밀하게 된다거나 고금古今에 통달하게 된다거나 뜻을 지키고 재주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유익함이란 무엇인가?

약간 배가 고플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 글에 담긴 이치를 맛보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게 되니 이것이 첫 번째 유익함이요,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기운이 그 소리를 따라 몸속에 스며들면서 온몸이 활짝 펴져 추위를 잊게 되니 이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요, 근심과 번뇌가 있을 때 책을 읽으면 내 눈은 글자에 빠져 들고 내 마음은 이치에 잠기게 되어 천만가지 온갖 상념이 일시에 사라지니 이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요, 기침앓이를 할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창해져 막히는 바가 없게 되어 기침 소리가 돌연 멎게 되니 이것이 네 번째 유익함이다.

만약 춥거나 덥지도 않고 배고프거나 배부르지도 않으며, 마음은 더없이 화평하고 몸은 더없이 편안한데다, 등불은 환하고 서책은 가지런하며 책상은 깨끗이 닦여 있다면,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하물며 고원의 뜻과 빼어난 재주를 겸비한 건장한 젊은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의 동지同志들이여, 분발하고 분발할지어다!" (p.178~p.179)

보통 배가 고프거나 춥고 근심이 있고 감기에 걸렸다면 책을 읽지 않을 변명거리가 된다. 앞의 글에서 이덕무는 이 모든 상황에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책을 읽기 위해 태어난 사람’, ‘책밖에 모르는 바보’가 맞는 것 같다. 우리도 분발하고 또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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