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간장의 명인이 된 말표산업 창업주
[추천! 이 책] 간장의 명인이 된 말표산업 창업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04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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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촌> 한정원 글 전영건 사진 / 컬처그라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셰프들의 화려한 요리와 예능감을 뽐내는 쿡방이 대세인 요즘,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정직하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명인명촌>(컬처그라퍼.2015)은 우리의 맛을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다.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의 창업주 정두화 옹은 간장의 명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은퇴 후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사람 건강 다 해친다’는 일념으로 우리 전통 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 기업의 총수였던 사람이 장 담그는 비법을 받기 위해 궁중요리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배우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그는 장맛이 없으면 땅에 묻고 다음 해에 다시 장을 담갔다. 그러기를 몇 해, 원하는 장맛을 찾아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정두화 옹의 간장과 된장은 집념과 끈기로 태어났다. 그는 장 담그는 일을 무척 신성하게 여겨 손에 상처가 난 사람은 아예 장을 담그지도 못하게 했다. 본인도 애연가였지만 장 만드는 곳 주변 공기가 오염될까 봐 담배까지 끊었다.

그런가 하면 굵직한 중앙일간지 편집인이었던 윤원상 씨는 기름을 짜는 장인이 됐다. 은퇴하던 후 아버지의 혼이 깃든 고향으로 돌아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드는 일에 새로운 승부를 건 것이다. 예순의 나이에 시작한 두 번째 도전이었다.

끝없는 시행착오 후 침전물 없이 깨끗하고 품질 좋은 기름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3년 만에 개발해 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착유 후 3단계의 정제 과정을 더 거친다는 점이다. 이 과정으로 40일이라는 시간이 더 걸린다. 철저하게 자연침전방식을 따른 결과다. 기름의 맛과 향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고 만든 윤원상 씨만의 고유 방식이다. 기름 한 방울에는 신념과 철학이 담겼다.

“욕심을 부리면 해야 할 일을 못 해요.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해야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서두르거나 억지를 쓰거나 욕심을 부리면 사고가 납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169쪽

그가 만든 기름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조금 더 빨리, 많이 달라고 조를 때 하는 답변이다. 열정과 집념, 인고의 기다림은 책에 등장하는 장인들의 공통점이다. 책은 이 밖에 매실 디자이너로 변신한 패션인, 발효의 세계에 빠져들어 식초를 만드는 시인, 사라진 젓갈 토하를 되살려 낸 군의원 등 전국에 숨은 장인들을 찾아 삶의 이야기를 입혔다.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시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새로운 도전은 독자들에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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