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김별아 “눈에 실핏줄 터져...악착같이 썼다”
[오늘은이책] 김별아 “눈에 실핏줄 터져...악착같이 썼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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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고갈되어, 눈에 실핏줄이 터졌죠. 토끼 눈이 되어서까지 악착같이 썼습니다.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북데일리] 장편 소설 <논개>(문이당. 2007)를 마치고 돌아온 작가 김별아(38). 그의 뚝심은 여전했다. <미실>(문이당. 2005)에서 보여준 기개는 <논개>에서 그 수위가 한 층 높아진 느낌이다. 소설은 첫 장부터 독자의 눈길을 붙든다. 바로, 논개의 익사 장면이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필사적인 삶의 욕구로 단단하게 부르쥔 주먹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울컥 들이닥치는 것은 강물이 아니다. 핏물이다. 들이치는 핏물과 솟구치는 토혈이 한데 뒤엉켜 그녀의 입을 막는다”

운율이 살아 숨쉬는 유려한 문장. 그러나 상황은 참혹하다. 논개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 살고자 몸부림치는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젊은 나이다. ‘논개’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김별아가 이메일을 통해 답을 전해 왔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충과 애국이란 ‘한국인에게 강제적으로 친숙한 이데올로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던지고자 쓴 작품이 바로 <논개>라고.

그런 이유 때문일까. 김별아가 그린 논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소설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전과 종반까지를 배경으로, 스무 해를 살다 간 논개의 열정적 일대기를 복원시킨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 <논개>는 방대한 자료 조사 끝에 완성됐다. <어우야담> <진주서가> <노량기사> <의암사> <의기전> 등 작가가 밝힌 수십 권의 독서 목록은 이를 증거 한다.

“소설은 결국 시작을 다루고, 시간에 저항하고, 시간과 하해 하는 것”이라는 김별아. 그에게 책읽기란 필수 관문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소 지루하고 무거운 책. 오래 읽을 수 있고, 배울 게 많아 선호한다고. 자료조사차 ‘공부’ 하기 위해 읽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오래 전 펴낸 산문집에 김별아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책 몇 권이면 나는 이미 멀고 아득한 세계에 가 있고, 거친 음식과 부실한 입성에도 아랑곳없이 최고의 사치를 누린다. 스스로 긴장할 것 없고 타인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울 것도 없는, 이 둔감의 상태를 나는 사랑 한다”

김별아는 읽지 않으면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쓰지 못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학구파 소설가다.

그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민음사. 1999). 최근 영어번역본으로 이 책을 읽었다는 그는 “정말 기막힌 작품 이었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양철북>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 ‘양철북’은 제 32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정신병원에 갇힌 주인공 오스카의 회상을 통해 전쟁, 종교, 섹스 등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놀라운 문장력으로 표현 해 낸 걸작이다.

김별아는 “역사와 인간, 집단과 개인, 파시즘, 본질적 자유 같은 무거운 주제를 징그러울 정도로 능숙한 유머에 녹여 냈다”며 “언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한동안 우울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귄터 그라스는 김별아를 긴장 시킨 세기의 라이벌이다.

그간 김별아의 글쓰기는 일정한 시간에만 이루어졌다. 아이 때문이다. 평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아이가 방학을 맞이하면 그나마도 허락받기 힘들다.

그러나 환경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 할 그가 아니다. 소설이라는 길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모든 것을 불태워 보겠다는 집념으로 지금까지 왔다. 김별아는 “처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 한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논개>는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서점 YES24에서 ‘달팽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김별아는 역사에도 도통하지만 특히 한문과 우리말에 조예가 깊다”며 “한 글자를 쓰기 위해 그 단어가 쓰인 서적을 살펴보고 빽빽한 자료집을 조사하며 한 편의 소설을 탄생 시킨 노력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이곳에 올라온 리뷰 수는 무려 68개에 달한다.

김별아의 문장은 사납고 뜨겁다. 그것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휘몰아치듯 질주하는 그의 글쓰기가 일정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날아올라”

<논개>의 그 첫 마디처럼 김별아는 지금, 비상 중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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