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연못`서 허우적 대던 청춘...
`사랑이란 연못`서 허우적 대던 청춘...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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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첫눈에 반하게 되는 운명적인 사랑의 존재를 믿는다. 시대가 어느 땐데 진부한 운명 타령이나 하고 있느냐고? 아니다. 사랑은 세대를 막론하고, 국경도 상관이 없으며, 심지어 시공간까지 초월하는 괴력을 가졌다.

누군가를 향해 나의 시선을 고정 시키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온 몸이 마비될 것 같은 전율이 용솟음치고, 휘르륵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마저 로맨틱한 선율이 되어 전신을 감싼다. 누구나 지독한 사랑에 빠져버린다면 거울을 보는 순간조차 나 아닌 타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젊은 청년이 한명 있다. 시민 계급 출신의 젊고 잘생긴 베르테르. 그 풋풋한 젊은이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운명처럼 뛰어든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그녀이기에, 두 사람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한 벽 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러나, 샤를로테를 보는 순간 베르테르는 온 몸이 마비될 듯 한 전율을 느낀다. 그녀를 보면 볼수록 사랑은 커져간다. 이미 배우자가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고뇌와 고통이 서글픈 격정이 되어, 청춘의 독약처럼 베르테르의 온 몸에 번져가기 시작한다.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소담. 2004) 줄거리다. 1774년, 유부녀를 사랑했던 괴테 자신의 경험으로 탄생된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괴테’자신이다.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베르테르가 겪는 공황의 상태나 주인공의 생일, 즐겨 읽었던 책 등이 동일하다는 점으로 보아, 베르테르를 괴테 자신과 동격화 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고통이 비극으로 끝을 맺게 되지만, 기묘하게도 비극의 서사가 던지는 의미는 희극일 때보다 훨씬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괴테 스스로 떠안았던 사랑의 환희, 그리고 버려야만 했던 사랑의 좌절. 이 모든 순간의 깊이를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 할 때는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슬픈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상처받지 않는다면 청춘이 아니다. 풍파 없는 단조로운 항해보다는 갖은 폭풍을 만나면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청춘이 가장 청춘답다. 젊음의 한 때, 찬란한 여명이 떠오르는 것처럼 새파란 인생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운명의 상대 때문에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짝사랑에 피멍이 들고,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전제가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하더라고 사랑은 사랑이다. 베르테르가 느꼈을 심장의 파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덧 자신의 사랑도 끝이 보이는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 보지 못하면 미쳐 죽어버릴 것만 같다!’ 는 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라 터질 듯 폭발하는 감정의 선율. 그 사람을 소유하지 못할 때 느낄 수 있는 나약함과 처절함, 심지어 비굴함까지.

베르테르는 편지로 로테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또 고백 하면서 금지된 사랑의 열병을 승화시킬 수 있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이라는 연못에 첨벙 빠져 허우적대는 세상 모든 청춘들에 대한 아픔의 찬가이다.

[한설미 시민기자 mind07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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