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에서 며느리로 살아남는 법
시월드에서 며느리로 살아남는 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1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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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 이호선 글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호선, 그녀의 화법은 늘 생물이고 그녀의 일상은 늘 완생이다. 男몰래 슈퍼우먼으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에겐 그런 그녀가 쓴 이 책과의 대면이 급박하다. 분명 내 삶을 만만하게 해줄 완전체가 될 테니까.”- 방송작가 최은경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미호.2015)에 대한 평이 기막히다. 딱 떨어진다.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자들과 함께 욕해주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깨알 팁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심리학으로 속 시원하게 설명한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 그렇다. ‘시월드에서 며느리로 사는 법’이라는 장이다.

“제사를 고집하고 겉과 속이 다르다.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하고, 같은 여자라도 며느리와 딸 그리고 한때는 며느리였던 당신 자신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을 당연한 것처럼 평가하고 더 배운 고학력 며느리의 지식을 무시한다.”

상당수의 며느리가 지목하는 시어머니의 불합리성이다. 며느리들은 이런 불합리성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딸로 살면서 가지고 있었던 공평한 대우로 공부했고, 용돈을 받으며 자랐다. 직장에서는 자유롭게 생활하고 스스로 누군가의 부인이 되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불공평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는 것.

같이 먹고 나만 설거지를 하고, 같이 있어도 나는 의사 결정권자 순위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한다면 더 그렇다. 책은 이처럼 시월드에 입성하는 시점이 분배의 정의에 대해 생에 첫 고민을 시작하는 시기라 말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체성 접근’이라 부른다고.

이어 정체성은 자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 어떤 물리적인 차별도 수긍할 수 있지만, 평가절하를 경험하면 매우 불평등하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책은 며느리의 입장만 대변하는 편중된 시야로 논지를 이어가지 않는다. 인테넷의 익명성으로 인해 넘치는 시월드 욕들에 대해 나름의 진단을 내린다.

“오늘날 인터넷의 응징은 마치 존재에 똥물을 뿌리는 것 이상이다. 거의 학살과 난자에 준하는 인터넷 응징에 보는 이들도 식겁할 정도다.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옛말이 맞다면 시어머니는 영생을 얻으리라.”

시월드에 관한 글을 올리면 주렁주렁 매달리는 ‘댓욕’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일면 수긍이 간다. 대중 심리가 그렇듯 군중을 형성한 개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무서운 공격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4가지를 잃은 세대라 개탄한다. 바로 ‘순서’와 ‘연민’, ‘스위치’와 ‘중재자’다.

책은 이처럼 간지러웠던 부분을 긁어주며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도록 도와준다. 삶에 지친 여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책 머리말부터 격하게 공감되고 손에 들면 놓지 못할지도 모르니 주의할 것. 시월드에서 며느리로 살아남는 비법은 책에서 확인해 보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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