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에 소설 한편씩? 신기한 소설 아이디어
60초에 소설 한편씩? 신기한 소설 아이디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9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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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60초 소설, 즉석에서 써드립니다.” (p.13)

60초 만에 소설을 한편 쓴다니, 가능하기나 할까? 이미 쓰여 있는 글을 보고 베껴쓰기만 하더라도 몇 단락 쓰기도 전에 1분이 훌쩍 흘러버리는데 말이다.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었던 <60초 소설가> (엑스북스. 2015) 댄 헐리가 자전적 이야기를 펴냈다. 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기자로 일하던 그는 애초에 소설가가 꿈이었다. 그는 스물다섯 살에 <1분 경영>이라는 책 제목에서 힌트를 얻어 60초 소설을 쓰기 위해 타자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왔다. 첫 번째 손님이 소설을 의뢰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거나 비웃고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 때 남녀 한 쌍이 그에게 와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정말 신기한 일’이라는 제목으로 60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구름 낀 오후의 일이었다. 조지와 미치는 미시간 애비뉴를 거닐다가 갑자기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미치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고, 심장이 뛰고 있으며, 지금 미시간 애비뉴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세상이 돌아가는 동안, 그 영원한 세월 내내, 자신이 죽어 있었음을 갑자기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 것이다. (중략)” (p.19)

글을 쓰는 동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들도 소설을 써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가 미친 듯이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자극을 줬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긴박한 원고 마감 시간이 되어 주기도 했다.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와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손가락으로 달려갔다. 시간은 사라졌다. 세상은 온통 단어들로 바뀌었다.” (p.21)

첫 날 앉은 자리에서 일곱 편의 이야기를 쓴 그는 ‘자그마치 14달러 75센트’를 벌었다. 그는 정말 ‘유레카’, 위대한 발견을 했다. 이후 낮에는 기자로 일하고 밤이면 문학을 위해 거리에서 쉼 없이 타자기를 두드렸다. 점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똑같이 60초의 시간을 들여 22,613편이 넘는 소설을 써주었다. 그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물까?

“그들 모두가 정신과 의사나 목사, 가족, 친구에게서 얻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나에게서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신뢰했고,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를 써주었다. 그 이야기는 허구적인 픽션도 사실적인 논픽션도 아니었다. 그것은 소설, 우화, 독서요법,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신문의 인생 상담 칼럼 등을 모두 섞어놓은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형식의 글이었다.” (p.23)

그는 60초 짜리 소설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개입하고 조언하고 위로해 주는 일을 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과 직접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그들이 평생 동안 잊고 살았던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그가 고객들에게 써준 짤막한 소설들을 읽다보면 이 책의 독자들도 감동과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번역해서 더 반갑다. 또 다른 60초 소설가가 등장해도 좋지 않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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