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 열차에 몸 던진후 새 삶이 보였다
죽으려 열차에 몸 던진후 새 삶이 보였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6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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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몇 달 전부터 기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볼 때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얀 안전선을 한 번 넘기만 한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시무시하고 병적인 상상이겠지만 나에게는 불안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무척 안정되는 생각이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이 해결책은 내 버팀목이다. 더는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때는 이 하얀 선만 넘으면 되니까.” (p.80)

<다시 살아갈 용기>(책담. 2015)를 쓴 빅토르 스타우트는 서른 살이 되던 해 죽기로 결심했다. 11월의 어느 날, 그는 암스테르담 라이 역에서 서성이던 끝에 달려오는 '인터시티'에 몸을 던졌다. 지겹도록 불안한 인생이 끝장나기까지는 일 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는 철로 위에 정확히 떨어졌고 죽음 직전의 평안한 마음으로 괴물 같은 기차가 자신의 몸 위를 덮칠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번뜩 깨달았다. 뜨겁게 단 금속 냄새가 났다. 내 위로 지나가는 기차가 보였다. 기차 아래에 끼이려면 머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은 정신이 있었다. 그러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거는 게 느껴졌다. 기차가 멈추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른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열두 살에서 열세 살쯤 되었을 때부터 우울해졌다.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부터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중등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이 책을 읽으라고 했는데 갑자기 마법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됐다. 중등학교 말기에 이 증상은 좀 나아졌다. ‘스스로를 신뢰하기’라는 치료법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과 관계맺기가 두려웠다.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마다 그 관계가 금방 사라질까 봐 늘 불안합니다. 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혼자 남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요.” (p.46)

사고 후 그는 두 다리를 잃었고 또 다시 자살을 기도한다. 이후 병원에서 심리상담사로부터 경계선 인격장애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그에 맞는 처방을 받으며 이제 그는 더 이상 자살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된다. 자살 시도의 기억과 두 다리를 잃었다는 고통 속에서도 결국 그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책 표지에는 두 다리가 없이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와 함께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다. 희망적이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죽음을 막을 약은 아직 없다. 나는 죽음을 찾아나서는 대신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p.305)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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