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부피 줄이기.. 장석주 시인 '고독의 권유'
절망의 부피 줄이기.. 장석주 시인 '고독의 권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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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나는 조촐하게 살러 시골에 왔다. 저수지 물이 내려다보이고, 산이 품어 안고 있는 땅에 작고 소박한 내 집을 지었다. 시골에 오니 절망의 부피가 줄어들고 비로소 희망이 보였다.”

고요는 혼자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장석주 시인은 <고독의 권유> (다산책방. 2012)에서 우리가 어떻게 고요한 시간을 찾을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는 2001년, 나이 마흔다섯 살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안성에 ‘수졸재’라는 작업실을 지어 옮겼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그는 시골에서의 삶과 사유를 들려준다.

“‘나’는 부자였지만 내 ‘심령‘은 빈곤했다. ‘나’는 건강했지만 ‘심령’은 오랜 피로감의 누적 때문에 만성질환자처럼 빈혈과 탈진으로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는 고의적으로 ‘심령’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 내 생의 어딘가 근본적인 데가 어긋나 있다는 신호가 올 때조차 ‘난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정말 겉으로 보기에 나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심령’은 그러지 않았다.” (p.45)

먼저 ‘시골에 지은 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골에서의 그의 삶은 단순하며, 한가롭고, 느리다. 시골의 길 위에서 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새벽에 일어났다 할지라도 몽롱하지 않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했기 때문이다.

또한 ‘느리게 산다는 것’에서는 시골에서의 삶이 주는 느림과 고요, 침묵의 대해 이야기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 그것은 가던 길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라며,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하게 만들고 거기에 침묵과 명상의 나이테가 그려지게 하라”고 말한다.

“나는 직선으로 뻗은 도시의 길보다 구불구불한 시골길 걷기를 좋아한다. 나는 물가를 하염없이 걷는다. 이 순간을 걸으며 내 몸은 천천히 이 순간을 빠져나간다. 도시인들은 ‘천천히’에 관한 한 문맹이다. 그들은 빨리 먹고,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고, 빨리 걷는다. 그들은 ‘빨리빨리’에 중독되어 있다.” (p.126~p.127)

이와 함께 ‘추억의 속도’와 ‘사막 어딘가에’서는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들려준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행복한 날들이 있었다”며, “생생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살아 있다는 실감이 안겨주는 기쁨”에 대해 들려준다.

삶이 점점 바쁘고 복잡해질수록 고요하고 고독한 시간은 더 절실해 보인다. 그의 글을 읽으며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다보면 한숨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잠시 자신에게 고독하면서도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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