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좋아하는 하루키 뒷조사를 책으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좋아하는 하루키 뒷조사를 책으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3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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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 소설가에 매료되어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글쓰기가 씨앗이 되어 책도 냈다. 나아가 자신이 왜 글을 쓰게 됐는지 생각하다 자신을 매료시킨 소설가의 뒤를 캤다. 그리고 이것을 책으로 엮었다. 작가 임경선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고 싶다면 임경선 작가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마음산책. 2015) 한 권이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겠다. 책은 1970년대부터 2015년 현재까지, 책·신문·방송 등 다양한 매체의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행적을 틈 없이 기록해 담았기 때문이다.

책은 하루키의 소년 시절에 대한 기록도 빠뜨리지 않았다. 20대 그가 운영했던 재즈카페의 탄생 기원이었을지 모를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사춘기의 하루키에게 책과 더불어 음악은 삶의 또 다른 일부였다.

부모님이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집에는 흔한 레코드 한 장이 없었다. 이에 하루키는 독자적으로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고 그 리듬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난생처음 재즈 콘서트를 접하게 된다. 아트 블레이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일본 공연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했던 소년 하루키는 그 재즈 콘서트에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경험을 한다.

사실 하루키에 관해 아는 독자라면 하루키의 첫 직업이 ‘재즈’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22세부터 29세까지 재즈 카페를 운영했다. 운동권 학생들조차 취직을 위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대기업에 목메는 것을 보며 환멸을 느꼈던 것. 이 세계의 부조리함이나 비열함을 경험하고 카페 운영이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소년 시절의 경험이 있었다.

책이 다루는 부분은 비단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가 가진 삶의 철학과 생활관, 작품 전반에 깔린 주제도 포함한다. 이를테면 고통에 대한 하루키의 태도는 그의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로 단편소설 <키노>의 바 주인장 키노는 고통에 무디게 반응하는 캐릭터다. 마치 자신에게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표면적으로 태연한 듯한 ‘수용’은 고통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잔재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런 해석을 한다.

“고통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본 태도는 ‘수용’이다. 인생에 대한 그의 기본 태도는 ‘일어나버린 일은 일어나버린 것이다’이다” 고통을 기꺼이 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통을 인정하고 깊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이 세상과 나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이다. 고통의 직면은 ‘힘내라’라는 영혼 없는 격려가 아니라. ‘살아내자/견디자’로 귀결된다는 것.

책은 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궤적을 따라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단단한 생활철학을 담아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궁금한 이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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