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해탈의 노년기 삶, '우울하면 오줌이나 싸러가'
긍정과 해탈의 노년기 삶, '우울하면 오줌이나 싸러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2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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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노인(老人)의 롤 모델이 있습니까?”

장수사회를 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어떤 책에서는 ‘나이 들수록 여유롭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취미를 가져라’는 식의 조언도 해보지만 여전히 막연할 뿐이다.

여기 노인의 삶에 대한 날 것 그대로를 담은 책이 눈에 띄인다. <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2015)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죽기 전까지 마지막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녀는 암 선고를 받은 직후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상큼한 녹색 재규어를 사고, 때로는 실컷 우울해 하기도 하며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부를 만큼 감정을 쏟아대기도 한다. 온갖 포장을 뺀 리얼리티의 정수랄까.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 그렇다.

“정말로 다들 훌륭하다. 화창한 날씨에 읽고 있자니 우울해졌다. 어째서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우울해 하는 것도 질려서 참았던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갔다. 도저히 멈추지 않는, 정말로 기나긴 오줌이 나온다. 졸졸졸졸, 끊임없이 나온다. 이제 끝났나 싶어 배에 힘을 주면 또다시 졸졸졸졸, 졸졸졸졸이라도 오줌이 나오니 다행이다. 한 번에 어느 정도 나오는지 재보고 싶다.” -61쪽

주인공이 어느 쪽을 펼쳐도 훌륭한 사람들뿐이던 책을 읽고 난 후의 기록이다. 불쾌한데 유쾌하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도 ‘오줌이나 싸러 가자’는 식의 긍정과 삶의 해탈이 함께 읽혀서가 아닐까. 책은 이처럼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우아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은 작가의 삶을 통해 늙어감에 대한 현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줄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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