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 팍팍하죠"
"한국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 팍팍하죠"
  • 북데일리
  • 승인 2007.06.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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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간은 죽기위해 도시로 온다> 펴낸 소설가 권현숙

[북데일리] <인샬라>(한겨레. 1995) <루마니아의 연인>(민음사. 2001) 등을 통해 방대한 스케일의 소설을 선보인 작가 권현숙이 <인간은 죽기위해 도시로 온다>(세계사. 2007)를 발표했다. ‘삼중주’ ‘열린문’ ‘마지막 수업’ 등 6편의 중,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최근 시내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권현숙은 작품 발표가 늦어진 이유로 중편이 포함 된 점을 꼽았다. 또한“원고 청탁도 많지 않고...”라며, 독촉하는 곳이 없으니 다소, 느슨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솔직한 어조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털어 놨다.

“특정작가에게만 원고청탁, 출간요청이 쇄도 하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다양한 문학이 생산 될 수 있을 것입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업 작가의 생활고는 생각보다 컸다.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출판 기회를 찾기 힘들 뿐 더러, 계간지에 작품을 싣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 “가족 중 누군가가 희생을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갖지 않는다면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라는 그의 말은 가슴에 꽂혔다.

지난 3월 ‘기초예술연대(위원장 방현석)’가 130명의 문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글을 써서 얻는 연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작가는 무려 42%에 달했다. 이 때문에 56%는 글 쓰는 외에 직업을 갖거나 부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권현숙은 “문학의 가난을 언제나 있어 왔던 전례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발굴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한 방법으로 ‘익명’으로 투고를 받는 새로운 출판시스템을 제안했다.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위원단과 독자평가단이 우수 작을 선정하고, 시상은 물론 책을 출간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더욱 다양한 작품을 발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를 통해 출판의 기회를 얻지 못한 작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에게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 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자는 것. 권현숙은 “지금 이 순간도 밤낮없이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고, 이들에겐 땀 흘려 쓴 작품을 발표할 지면과 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화장실 가는 것, 물 마시는 것조차 잊어버린다는 작가 권현숙. 만만치 않은 생활고를 견뎌야 하는 일이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충만해 지는 삶이기에 더욱 열정이 솟는다.

그 때문에 <인샬라>를 쓰기 위해 알제리 사막으로 떠났던 그때처럼, <루마니아의 연인>을 쓰기 위해 루마니아로 떠났던 그때처럼, 언제든 소설을 위해서라면 떠날 채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장편을 기획하고 있다는 그의 다부진 각오에서, 갈라진 옥토를 비집고 올라오는 한국 소설의 희망이 엿보였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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