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노숙인, 기지촌과 산·어촌 '곁으로'..아픔을 품는 문학에세이
세월호, 노숙인, 기지촌과 산·어촌 '곁으로'..아픔을 품는 문학에세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15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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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교<곁으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목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내용으로 들어가니 묵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월호. 작가는 희망 없는 환멸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개탄한다.

<곁으로>(새물결플러스.2015)의 저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나눈 식사를 가장 고통스러운 점심으로 기억한다. 그들 곁에서 아직 아이들을 찾지 못한 부모들은 미수습(未收拾)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 되는 게 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탓이다. 저자는 세월호 문제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소설가 박민규의 <눈먼 자들의 국가>다. 박민규의 문제의식은 사건의 핵심을 짚고 있다고 확신하며 소제목들을 나열한다.

타서는 안 될 배였다. 구조는 국가의 업무죠. 지금 누군가가 세월호가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다.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눈물을 흘렸다는 걸 안다. 탈영병들도 모두 눈물을 흘린다. -36쪽

이어 노숙인 곁으로 발길을 옮긴다. 노숙인 대상으로 문학 강연을 하던 중 한 노숙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노숙인들이 다 게을러서 노숙인이 된 게 아니에요. 나라 정책이 잘못되어 세입자가 졸지에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소 키우다가 나라에서 갑자기 솟값을 지렁이 값만도 못하게 내려 자살하거나 서울역에 와서 노숙인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IMF(국제통화기금)체제야말로 국가가 국민 중 약한 이들을 낙오자로 잘라버린 ‘국가적 살인’이죠. 쌍용 해직자나 비정규직을 거쳐 노숙인이 돼요. 버려진 우리에게 서울역은 그나마 궁전이에요. 보루바꾸 궁전이에요.”

저자는 이들과 백석의 시 <가무래기의 낙>을 나눈다. 이를 시작으로 노숙인들과 공감하고 교류한다. 이어지지는 여정은 우리가 불편해하는 기지촌과 소외된 산·어촌이다. 책은 이처럼 작은 자와 가난한 자, 약한 자의 곁에서 쓰인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의 존재를 의식해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내 곁의 이웃이다.

제목 ‘곁으로’의 의미는 책에 실린 서경식 선생과 작가 루쉰의 말로 갈무리된다. “고통의 진앙지에 가지 못하면 ‘증언’이라도 하라. ‘상상’이라도 하라. 그래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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