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학상 서진 “문턱낮춘 소설쓸터”
한겨레 문학상 서진 “문턱낮춘 소설쓸터”
  • 북데일리
  • 승인 2007.06.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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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눈물도 안 나오는데 울음이 나왔습니다. 이때까지 고생한 것을 반추하는 그런 애잔한 것은 아니고 매일 꿈꿔왔던 것이 실현된 것의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66초능력>의 서두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진짜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각합니다”

[북데일리]제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 서진(32)씨의 수상 소감이다. 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창작사이트 ‘한 페이지 단편소설(http://www.1pagestory.com)’을 통해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제가 3년 동안 매일 생각한 것은 한 페이지 단편소설의 에디터 편지에 ‘한겨레 문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라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장편소설 <웰컴투더 언더그라운드>로 수상을 거머쥔 서씨는 싸이월드 인기 페이퍼 ‘한 페이지소설가(http://paper.cyworld.com/1pagestory)’의 운영자이다.

서씨는 2006년 2월 북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뉴욕지하철에서 목숨을 연명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뉴욕에서 생활하며 집필에 몰두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작품이 이번 수상작 <웰컴투더 언더그라운드>다.

한겨레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서술의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나쁜 취미, 거친 문장, 겉멋 부리기에도 불구하고, 박진감 있는 서사의 전개와 정교한 구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다음은 서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화인터뷰.

질)당선소식은 어떻게 접했나

답)잘 가는 호프집에 혼자 술을 먹으러 가다가 전화를 받았다. 일상적인 전화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았던 것 같다. 잡지를 만들고 있어서 일관계로 전화가 많이 오다 보니 그런 전화이려니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깐 멍했다. 다시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혼자 축배를 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당선 소식을 알렸다.

질)당선 예측은 했나

답)조금은. 이번 작품이 글 쓰는 데 새로운 전환점이 되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자비로 두 번 책을 냈는데 이것도 자비출판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세 번째 책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응모 하게 됐다. 젊고 신선한 작품을 찾는 한겨레 문학상이 맞을 것 같아 응모하게 됐다.

질)<웰컴투더 언더그라운드> 제목이 독특한데 어떤 내용인가

답)한국인 남자가 뉴욕 지하철에서 길을 잃은 후 빠져나오는 이야기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시간적 구성은 굉장히 복잡하다.

질)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답)3년 전 뉴욕에 처음 갔다. 지하철이 무척 복잡했고 이런 곳이라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단편을 습작했는데 문득 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장편으로 발전시켜나갔다. 매해 뉴욕에 가서 자료조사를 했다.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본 적도 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비디오도 찍었다. 지하철에서 겪은 황당한 일화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인 인터뷰도 많이 했다. 한국인 이민자들 취재도 같이 병행 했다.

질)영상 언어가 등장한다고 하던데, 원래 영상 매체에 관심이 많았나

답)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보통 젊은 사람이다. 영화도 많이 보고 컴퓨터도 많이 한다. 그런 것들이 나에겐 무척 익숙하다. 소설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책을 안 읽는 사람들까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까 고민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지 못할 장치를 해야겠다고 생각 했고, 사람들이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영상 매체 용어를 떠올렸다. 책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질)공학도에서 작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답)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다 글 쓰는 일로 방향 전환을 했다. 2005년까지는 부산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쳤다. 부산대 언어연구원 조교를 하면서 1년간 크리에이티브 라이팅(Creative Writing) 수업을 들었는데 그게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지도강사에게 좋은 조언을 듣게 됐고 자연스럽게 글 쓰는데 흥미를 갖게 됐다.

집)작품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답)희망을 갖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희망이 붕괴 된 미국사회에 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삶이란 어떤 걸까 생각해보고 싶었다.

집)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

답)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 독자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살짝’ 낮춰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 한 페이지 소설 작업을 하면서 주변에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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