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 “문학 독자 돌아 올 것”
소설가 성석제 “문학 독자 돌아 올 것”
  • 북데일리
  • 승인 2007.05.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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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이 안 팔려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버티고 있는 한 독자들은 돌아올 것입니다”

[인터뷰]소설가 성석제

[북데일리]성석제(47)는 편안해 보였다. 최근 의정부정보도서관이 주최한 작가초청 강연장에서 만난 그는 “순수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늘 가난했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성석제는 한국소설의 위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끊임없이 작가들이 쓰는 한, 독자들은 다시 문학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굳건히 바치고 있었다.

글을 쓸 때 ‘축제를 즐기듯’ 즐겁게 쓰려고 노력한다는 소설가 성석제. 그는 특유의 해학과 유머, 촌철살인의 대사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로 자리 잡아 온 그의 소설 경력도 어느새 12년 째에 접어든다.

박지원, 내 문학의 전환점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경북 상주에서 자란 성석제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았다. 놀잇감이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어린 성석제가 재미를 붙인 것은 바로 책이었다. 최초로 읽은 책은 로봇이 나오는 만화였다. 이후 무협소설, 로맨스 등 ‘중구난방’ 책읽기에 매진하던 그가 문학적 전환기를 체험한 것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책을 읽고 나서였다.

“온 몸의 독소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성석제는 박지원을 읽었던 첫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학교 도서반 활동을 하던 당시 <허생전> <양반전> 등이 실려 있는 박지원의 책을 읽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읽어 온 책과는 전혀 다른 문체와 글감이었다. 성석제는 “박지원만큼 충격을 준 소설은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에 진학한 성석제는 법학을 전공했다. 언뜻 ‘법학’이라는 단어는 인간미 넘치는 성석제의 소설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성석제는 “법적인 사고체계가 나르시즘과 낭만주의에 빠질 뻔한 감성을 막아 주었다”고 말했다.

최근 작 <참말로 좋은 날>(문학동네. 2006)에 실린 ‘고귀한 신세’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선보인 허를 찌르는 반전과 탄탄한 구성력은 법학에서 다졌을 싶은 성석제의 장기 중 하나다.

일 초도 되기 전, ‘4.5초’라는 찰나를 소재로 삼은 데뷔작 ‘내 인생의 4.5초’ 이후 소설집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창비. 2005)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창비. 2006),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강. 2004) <소풍>(창비. 2006) 등을 통해 왕성한 저작활동을 펼쳐 온 그는 “이야기를 쓰면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아니라 충전된 느낌을 받는다”는 말로 소설쓰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행복 했다기 보다 행운이 많았다”

전업작가인 성석제의 하루는 노트북으로 시작해 노트북으로 끝난다. 여전히 육필을 고집하는 작가들과 달리 성석제는 컴퓨터로 글을 쓴다. 그는 자신을 ‘어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무려 10대 이상의 노트북을 바꿨을 정도로 컴퓨터에 밝다.

성석제는 낮이 아닌 밤에 글을 쓰는 타입이다. 전날 과음 한날이 아니면 오전에도 가끔씩 쓴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써질 때도 있겠지 라는 믿음으로 그냥 안 쓴다”고 답했다. 안달 해봤자 소용이 없을 때는 놔 버린다는 것. “그러니, 잘 써질 때 늘 써놔야 해요. 그야말로 유사시를 주의하는 거다”라며 그는 여유롭게 웃었다.

성석제의 취미는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등산도 아닌 하산이라니. 이유를 듣다 보니 능청스럽던 그의 소설 속 인물 몇몇이 떠올랐다.

“올라가는 것은 일이지만 내려오는 건 일이 아니니 좋잖아요. 더군다나 맛있는 막걸리도 기다리고 있고”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올라가는 것도 때론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오는 것이 좋다는 그다.

12년간의 작가 생활을 돌이켜 보면 “행복 했다기 보다는 행운이 많았던 것 같다”는 소설가 성석제. 그는 “마음이 여린 편이라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났다면 포기했을 것”이라며 “옆에서 자꾸 더 해보라는 격려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듬 넘치는 장문을 구사해 온 성석제는 최근작 <참말로 좋은 날>을 통해 눈에 띄는 단문의 변화를 선보인바 있다. 그는 “속도감 측면에서도 그렇고 현재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단문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성석제 문학의 ‘전환기’로 해석 할 수는 없다. 언제든 문장은 길어 질 수 있고, 다시 짧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먹고 싶던 사탕을 까먹듯 ‘낼름’ 그의 소설집을 읽어 버린 독자라면 신작 소식에 애가 탈 터.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장편을 쓸 것”이라고 단문으로 잘라 말했다. 우리를 웃고, 울린 그의 구수한 입담에 취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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