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본론-결론식 글쓰기 초등땐 안맞아"
"서론-본론-결론식 글쓰기 초등땐 안맞아"
  • 북데일리
  • 승인 2007.05.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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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16일 오전 10시 대치도서관에서 열린 강연 후 이가령 교수(경희대평생교육원)를 만났다. 다음 강연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그와 ‘긴박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짧은 시간, 그는 자신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펼쳐보였다.

질)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 되었나

답)결혼하기 전에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 하고 싶었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힘들어 그만 두었다. 그렇게 전업주부가 됐고 우연한 계기로 옆집 아이의 독후감을 봐주면서 홈스쿨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글쓰기를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살아갈 힘’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질)강연을 통해 서론, 본론, 결론을 구분짓는 형식을 비판했는데, 이러한 글쓰기 자체에 반대하는 것인가

답)그렇지는 않다. 다만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누어 글을 쓰는 훈련이 초등학생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교육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초등논술에서는 세 가지 중 ‘본론’만 쓸 수 있어도 훌륭하다. 연령을 무시 한 채 모든 글쓰기를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게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질)논술을 잘하기 위한 요건으로 책읽기를 꼽았는데, 독서와 글쓰기는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갖는 다고 생각하나

답)독서는 글쓰기에 있어 필요조건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책읽기와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체험’이다. 책만 읽은 아이는 관념적인 성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지식은 형식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질)현 글쓰기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논술이다. 논술이 글쓰기를 망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령에 맞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야 하는 데 전부 대입 논술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나. 사실, 논술은 고등학교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연령에 맞는 글쓰기 교육을 하고 엄마들은 칭찬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칭찬할 거리가 없는 글이면 끝까지 완성한 것이라도 칭찬해주어야 한다. 꾸중으로 기가 죽은 아이일수록 글이 나빠진다.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고, 솔직하게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쓰게 하는 훈련이 가장 필요하다.

※이가령 교수는 숙명여대 국어국문학 석사, 한국글쓰기연구회 정회원, 조인스(중앙일보) 독서교사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BS 라디오 ‘부모의 시간’의 글쓰기 및 독서교육 상담 코너를 진행했다. 지금은 여러 지역의 초등교사 직무 연수에서 글쓰기와 독서지도를 맡아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시들시들한 글이 싱싱하게 살아나는 글쓰기 지도 1,2>(샘터사. 2006)가 있다.

(사진 = 한영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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