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국민연금 '노크'..삼성물산 합병과정 질의
침묵 깬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 국민연금 '노크'..삼성물산 합병과정 질의
  • 유수환 기자
  • 승인 2015.09.10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엇, 삼성 합병안에 대한 찬성 근거 및 의사결정 질의서 보내..국민연금 상대로 소송 가능성도

[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에 대해 침묵을 깨고 반격에 나섰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민연금에 삼성 합병안에 대한 찬성 근거와 의사결정 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문제 삼아 엘리엇이 다시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엘리엇 침묵 깨고 반격..국민연금에 합병찬성 과정 질의서 보내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민연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찬성한 근거와 의사결정 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지난달 보냈다. 

그동안 엘리엇은 합병 이후 침묵을 지켜 ‘조기 철수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엘리엇이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특성 상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통상변호사 Y씨는 “일각에서는 이미 종결된 것처럼 확정지었지만 아직 끝난 사안이 아니다”라며 “소송이 됐던 다른 사안으로 접근하던 간에 다각적인 방식으로 공략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엘리엇은 기본적으로 타켓을 삼는 기업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한 뒤 몇 년간 끈질기게 소송전을 벌인다”며 “아마 한국이 아니라 영국 혹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자 “합병안이 승인된 것이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앞서 엘리엇은 러시아 정부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 기업을 상대로 ISD소송을 제기한 전례가 있다. 엘리엇이 대한민국 법원을 상대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어렵지만 자국 안방에서 법적 공방이 벌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국민연금의 모호한 태도..정보 왜 공개하지 않나

엘리엇이 파고 든 것은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국민연금의 모호 태도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월 21일 국민연금을 상대로 합병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기구(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글래스 루이스)의 합병반대 권고를 무시하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의결권 자문기구의 권고를 어기면서도 그러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관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도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물론 법상으로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안을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결위)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합병 찬성을 결정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반대했지만 이와 유사한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선 찬성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최근 사모펀드라 불리는 MBK파트너스에 1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상반된 행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8일 합병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국민연금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 손놓지 않은 엘리엇, 국민연금 건드리나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및 정보 미공개를 빌미 삼아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사안에 행정기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곧바로 FTA(자유무역협정) 위반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박상인 교수는 “행정기관이 개입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정황상 그런 판단이 가능하면 소송도 가능하다”며 “누가 보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운영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상변호사 Y씨는 “엘리엇이 곧바로 소송전을 돌입한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송을 제기하면 대응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문제 제기(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질의서)에 대답해 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거부하면 엘리엇에 끊임없이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특수성도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라는 점이라는 것이 소송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것.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은 일종의 국부펀드적인 요소가 강하다”며 “행정기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없어도 국민연금 자체로 소송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상변호사 Y씨도 “국민연금의 위치(status)가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국가 직속 보건복지부 산하 펀드라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아마 엘리엇도 이 부분을 공략해 소송전을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