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세월을 도려내어 잇는다면....
[명문장] 세월을 도려내어 잇는다면....
  • 신성한 기자
  • 승인 2015.09.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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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인생은 회자정리라는 한마디 안에 있다. 인생길의 어느 한 교차점에서 만났다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한번 엇갈렸지만 갑자기 또다시 재회한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타이베이의 연인들>(예담. 2015)에 나오는 명 문장이다.

하루카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에릭을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구 년이라는 세월이 도려내져서 구 년 전과 지금이 잇닿은 것 같았다. 시간이 만약 리본 같은 것이라면 구 년의 길이를 잘라내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도려낸 구 년의 리본은 어디에 있을까. 하루카는 무심코 발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두 사람의 발밑에 잘라낸 리본이 떨어져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하루카는 크게 휘젓는 에릭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착각이라는 건 알지만 에릭이 그 손에 리본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리본의 다른 한쪽 끝을 잡으려고 반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흔들리는 리본은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246~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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