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사람들] 문화를 이끄는 사람, ‘크레이지호스 파리’ 들여온 기획자 이병수
[박진희의 사람들] 문화를 이끄는 사람, ‘크레이지호스 파리’ 들여온 기획자 이병수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8.2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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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 문화 한 단계 끌어 올린 선구자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문화는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인 대중과 속도를 같이 했을 때 칭송 받을 확률이 높다. 그 속도가 빨라 파격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손가락질 받기 일쑤요, 너무 느리면 이미 관심 밖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선구자는 있다.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설사 그것이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그 문화가 자리 잡을 만한 터를 닦는 역할을 한다. 공연기획사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의 이병수 대표가 2015년,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10여 년 전쯤에 이 공연을 파리에서 보고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연이 있었으면 했었다. 지금쯤이면 우리 문화도 ‘크레이지호스 파리’와 같은 공연을 예술로 받아들 일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들여오게 됐다”

공연기획사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의 이병수 대표는 프랑스 파리로부터 크레이지호스 파리를 들여왔다. 무대세팅부터 객석 배치까지, 크레이지호스 파리에 그의 손길과 예리한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두 시간 동안 공연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아닌 탓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프랑스의 문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나보다. 그렇다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형태의 공연을 들여오는데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공연기획자로서의 의무감이나 부담감보다는 나 역시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부러웠다. 이런 문화를 갖고 있는 유럽인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 공연이라는 것이 굉장히 일방적이다. 경직된 자세로 무대를 바라보는 게 전부인데, 그들은 공연장 자체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서 즐긴다. 객석은 객석대로 먹고 마시면서 즐기고, 공연은 공연대로 감상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문화를 소비하는 형태와 자세를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워커힐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크레이지호스 파리는 명성만큼이나 적지 않은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11만원부터 VIP부스 330만원까지 다양한 등급별로 다양한 가격대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공연을 아홉 차례 관람한 관객이 있다. 그 만큼 한국 관객들의 문화적 수준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찾는 것을 보면 들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크레이지호스 파리의 국내 공연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65년 공연 역사 중 해외 공연 사례는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5월 말 국내 초연 당시는 메르스로 공연‧문화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위축된 시기였다.

“나는 이 공연을 히트작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메르스라는 큰 악재를 만나 주춤했다. 이제는 크레이지호스 파리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릴 때가 된 것 같다. 흔히 파리의 ‘물랑루즈’나 ‘리도’와 크레이지호스 파리를 많이 비교하지만 각 작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특징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크레이지호스 파리가 가장 수준 높은 공연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체 공연이 국내 관람객들에게 낯선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해외 문화를 접해본 관객이 아니라면 더욱이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배우들의 면면이나 원작자의 기획의도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 대표는 “배우들은 발레를 기본으로 각종 무용을 섭렵했다. 선발 과정이나 트레이닝 과정이 무척 까다롭다. 168cm~172cm 사이 신장과 상‧하체 길이, 치열, 코의 길이 등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3~6개월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서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이후에도 배우 관리는 엄격하다고 할 정도로 까다롭게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크레이지호스 파리는 65년 전 원작자 알랭 베르나댕이 처음 무대에 올릴 때부터 지금까지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서 공연한다. 그곳이 어디인가? 패션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다. 여성의 나체에 빛으로 옷을 입힌다는 개념에서 굉장히 패셔너블한 공연이다. 하나의 작품이다. 이것을 여성이 나체로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외설로 치부할 수 없다. 이건 예술이다”라며 작품성을 피력했다.

크레이지호스 파리는 지난 7월 1일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해 오는 9월 30일까지 워커힐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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