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내 인생의 책은 포르노 잡지 허슬러"
박민규 "내 인생의 책은 포르노 잡지 허슬러"
  • 북데일리
  • 승인 2007.04.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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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은 ‘허슬러’(HUSTLER)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았고 골똘히, 집중해서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 ‘허슬러’를 만나기 전의 나는 책만 펴면 잠부터 몰려오는 소년이었다. 따지고 보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허슬러’ 덕분이다.”

[북데일리] 소설가 박민규가 뽑은 ‘내 인생의 책’이 화제다.

박민규는 한 인터넷서점의 `작가 추천 책`을 통해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꼽았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진행한 캠페인 ‘힘내라, 우리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코너였다.

다른 작가들이 점잖은 소설책, 시집, 과학서 등을 권한 것에 비하면 어리둥절 하게 만드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박민규는 “‘허슬러’를 내 인생의 책으로 삼는 이유가 있다"며 "언제부턴가 나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이란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였다”고 설명했다.

“톨스토이를 읽었지만 그래도 ‘엉덩이’를 좋아하는 나를, 맑스에 심취한 건 심취한 거고 ‘가슴’을 좋아하는 나를, 성경을 읽고 기도를 올린 후에도 ‘허슬러’를 펴드는 나를, 나란 인간을, 그 ‘어쩔 수 없는’ 나란 인간을 이 책은 늘 잔인할 정도로 상기하고 상기하게 만들어준다.”

즉 그에게 `허슬러`는 단순히 오락적 재미 외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던 것이다. 이만하면 ‘내 인생의 책’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지 싶다.

이어 박민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의혹의 눈길`에 쐐기를 받았다.

“‘허슬러’를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인간이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존재란 사실을. 실은 어쩔 수 없어, 인간은 철학을 만들고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고마워 언니들! 래리 아저씨도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한편 이번 행사에는 소설가 성석제, 윤대녕, 이혜경, 정이현, 김탁환, 시인 문태준이 참여,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한 책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그들이 추천한 도서 20권은 이렇다. 누군가의 영혼을 온전히 잠식하고,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성석제 -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돌베개. 2007)

▲ 윤대녕 - <신화의 힘>(이끌리오. 2002)

▲ 이혜경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문학과지성사. 1999)

▲ 박주영 -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새움. 2004)

▲ 최재경 - <솔라리스>(집사재. 2003)

▲ 심윤경 -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문학동네. 2002)

▲ 손택수 - <악의 꽃>(문학과지성사. 2003)

▲ 한유주 - <세상의 모든 아침>(사계절. 1992)

▲ 박형서 - <미국의 송어낚시>(비채. 2006)

▲ 정이현 - <러브>(들녘. 2006)

▲ 문태준 - <숫타니파타>(이레. 2005) <남해 금산>(문학과지성사. 1986)

▲ 김사인 - <죽음의 한 연구>(문학과지성사. 1997)

▲ 강기원 - <장자>(현암사. 1999)

▲ 박진규 - <뻬드로 빠라모>(민음사. 2003)

▲ 원종국 - <살아간다는 것>(푸른숲. 1997)

▲ 고형렬 - <장자>(현암사. 1999)

▲ 김중혁 - ‘세상의 모든 잡지’

▲ 김종은 - <미국의 송어낚시>(비채. 2006)

▲ 김탁환 - <삼국지연의>(솔. 2003)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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