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투수`로 바뀐듯 ... 하루키 신작 눈길
`타자`가 `투수`로 바뀐듯 ... 하루키 신작 눈길
  • 북데일리
  • 승인 2005.06.1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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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최후의 계엄령` `횃불` `불타는 빙벽` 등 정치?사회 문제를 소재로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만들어 온 작가 고원정(49)은 지난 9일 새벽 KBS2 TV를 통해 방송된 월드컵 축구대표팀 한국과 쿠웨이트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박주영의 첫골이 터지면서 4대0의 대승을 거두자 감격에 겨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리고 10일자 경향신문 고원정 고정칼럼의 제목은 `월드컵 예선, 이변은 없었다`로 장식됐다. 칼럼에서 고원정은 "2006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과 같은 조에 들어가서 개막전을 치를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며 예언(?)했다.

고원정은 "2002년 대회 4강전에서 만났고, 분단을 경험한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인 것처럼 월드컵 무대는 참으로 공교로운 운명적 만남을 늘 준비해두곤 한다"며 "내 예감이 맞든 맞지 않든 우리는 내년 6월 독일에서 또 한번의 이변을 일으켜야 하고 그 주역이 우리 한국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가 고원정은 축구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스포츠전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문학계에서 스포츠를 좋아하는 작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한창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박민규는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프로야구 `꼴찌구단`에 대한 연민을 문학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설가 중 야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내보이는 사람은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 숲)`로 국내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56. 村上春樹)다. 그는 29세때 야구경기를 관람하다가 마침 빨랫줄같이 뻗어나가는 2루타의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문득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7년간 와세다대학 문학부 영화과를 다니면서 60년대 일본 학생운동세대(전공투)를 체험했고 68년 `미국 영화에서의 여행사상`을 졸업논문으로 썼다. 7년간 재즈바를 운영하며 오전 2시까지 주방일에 매달렸던 하루키는 레코드를 6,000여장이나 사 모은 음악광이자 야구팬으로서 첫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독특한 서체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이른바 `하루키 패러디`라는 문체형식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 짐 모리슨, 우물, 커티샥 그리고 야구배트 등은 하루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8일 하루키의 최신작 <어둠의 저편(원제 Afterdark)>이 한글 번역본(임홍빈 역)으로 문학사상사에서 나왔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 2년 만의 신작이자,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전작들과 전혀 다른 소설적 구조와 주제, 표현 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전환을 알리는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야구로 치자면 `타자`였다가 `투수`로 바뀌었다고 할 만큼 커다란 변신을 했다.

일본 소설가 요시카와 히데오(吉川日出男)는 "읽을수록 숨막힐 듯한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전적인 큰 변화를 보여준다"며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빈틈없는 스타일을 완벽하게 추구하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스릴과 감동을 안고 함께 밤을 지샌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여전히 `상실과 회복`에 천착하는 하루키는 탁월한 장면 묘사와 함께 지금까지 작품과 달리 `우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참신함과 파노라마같은 영상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은 대략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백설공주 같은 미모의 언니와 머리는 뛰어나지만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동생이 벌이는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 남녀, 자매 형제, 부부, 샐러리맨에서부터 암흑세계의 사람까지 갖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가운데, 폭력의 공포가 도사리고, 부조리가 휩쓸고,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 과연 새날의 광명이 비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내용이다.[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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